조용히 시작된 인공지능(AI) 교통 단속이 그리스에서 예상보다 훨씬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시범 운영에 들어간 AI 교통 카메라 단 한 대가 불과 4일 만에 1,000건이 넘는 위반을 적발하면서, 당국의 감시 확대 계획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단 4일, 8개 지점에서 2,500건 적발
그리스 정부는 최근 아테네 도심 주요 도로 8곳에 AI 기반 교통 단속카메라를 설치하고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결과는 단기간에 나왔다. 4일 만에 총 2,500건에 달하는 중대 교통 위반이 기록된 것이다.
특히 아테네와 피레우스 항구를 잇는 주요 간선도로인 싱그루 애비뉴에 설치된 AI 카메라 한 대는 단독으로 1,000건 이상의 위반을 적발했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할란드리우 애비뉴 교차로 신호 위반 480건, 티누 스트리트 교차로 적색 신호 위반 285건 등이 적발됐다. 문제는 특정 구간이 아니라, 운전자 전반의 준법 의식이라는 점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 AI는 무엇을 보고 있었나?
이 AI 카메라는 단순히 과속이나 신호 위반만 감지하지 않는다. 시스템은 다양한 위반 행위를 자동으로 식별하도록 설계됐다.
안전벨트 미착용,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긴급·버스 전용 차로 무단 침범, 과속 및 신호 위반 등이다.
위반이 감지되면 시간 정보가 포함된 영상과 정지 이미지가 자동 저장되며, 모든 자료는 암호화된다.
# 경찰은 개입하지 않는다… 벌금은 ‘디지털’로
AI 단속의 또 다른 특징은 현장 경찰의 개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위반 사실은 문자 메시지, 이메일, 정부 포털 등을 통해 디지털로 통지되며, 벌금 역시 온라인으로 납부할 수 있다.
이의 제기도 가능하지만, 당국은 “영상 증거가 명확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실제로 다툼이 벌어질 여지는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 벌금 규모도 작지 않다.
벌금은 각 위반 유형별로 다르지만, 만만치 않은 액수다. 안전벨트 미착용·휴대전화 사용은 350유로(약 59만 원), 과속은 150~750유로(약 26만~127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하면, AI 카메라 한 대가 단 3~4일 만에 수십만 유로 규모의 벌금을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안전인가, 과도한 감시인가”
물론 반론도 존재한다. 사소한 위반까지 모두 적발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성실한 운전자라도 위반자가 될 수 있고, 심지어 경찰관조차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건 안전을 위한 장치인가, 아니면 자동화된 벌금 공장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이유다.
# 그리스 정부의 계획은 ‘확대’
현재 운영 중인 AI 카메라는 8대에 불과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스 당국은 앞으로
고정식 AI 카메라 2,000대, 이동식 장비 500대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동식 카메라는 시내버스에 장착돼 버스 전용 차로 단속에 활용될 예정이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이 정책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보호”라면서 “이는 교통사고를 줄이고 생명을 구하기 위한 사회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규칙이 모두에게 공정하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시민들이 인식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 이미 세계는 AI 단속 시대로
AI 교통 단속은 그리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호주, 인도, 중국, 일본, 중동 지역, 미국 등 전 세계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운전자의 행동이 실제로 바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국가는 이제 교통 단속에서도 인간보다 알고리즘을 더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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