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다시 뛴다①] LG엔솔, EV 중심 수주 구조 개편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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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다시 뛴다①] LG엔솔, EV 중심 수주 구조 개편 ‘속도전’

투데이신문 2025-12-31 14:00: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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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캐즘으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면서 배터리사 성장 전략에도 차질을 빚게 된 셈이다. 당장 완성차 업체의 공급 계약 해지로 위탁생산 중심의 구조적 리스크가 두드러졌고, 이는 어렵게 쌓아 올린 실적을 흔들었다. 여기에 중국발 저가 공세가 더해지며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위기를 벗어날 돌파구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속도전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제는 각사의 전략으로 경쟁력을 보여줄 때다. <편집자주>

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사진=LG에너지솔루션]
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사진=LG에너지솔루션]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중심 수주 구조를 빠르게 재정비하고 있다. 연이은 계약 해지 소식에 ‘위기론’까지 일어난 상황이지만, 불확실한 고객사를 정리하고 새로운 고객사를 발굴하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외 사업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글로벌 생산 공정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전환해 현지 수요에 대응하고, 로봇과 우주 영역에서 미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이른바 ‘전략적 리밸런싱’이다.

31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최근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 완성차 업체 포드와 맺은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공급 계약이 무산됐다. 각각 3조9000억원, 9조6000억원 규모로 총 13조5000억원이 증발됐다. 전기차 캐즘과 미국 정책 변화로 완성차 업체가 전격적으로 전략 수정에 나서면서, 그간 수주 행진을 이어왔던 LG에너지솔루션에 타격이 미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재무적 타격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연구개발(R&D) 비용과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표준화된 모듈 공급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찌감치 확보한 해외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신규 고객사를 발굴해 줄어든 수주액을 만회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 리밸런싱’을 적극 추진해왔다. 핵심은 ESS다.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계획보다 1년 빠르게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 체제를 가동했고,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도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유럽에서 ESS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무역 장벽으로 현지 생산 제품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효율적인 대응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대표이사 사장은 “현재의 위기가 지나면 진정한 승자가 가려지게 될 것”이라며 “이 시기를 펀더멘털한 경쟁력을 높이고 운영 효율화에 힘써 미래의 도약을 위한 기회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체질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 5조6999억원, 영업이익 6013억원을 달성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6조8778억원) 대비 17% 감소했으나 전분기(5조5654억원) 대비로는 2.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4483억원) 대비 34%, 전분기(4922억원)대비 22% 늘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매출이 감소했지만 ESS 사업이 크게 성장하며 이를 상쇄했다고 회사 측은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ESS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 잡았다. 생산 설비를 재조정해 현지 생산 능력과 장기 공급 역량을 확보하고, 표준화된 배터리 모듈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수의 특허와 기술력을 확보한 점도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특허를 통한 핵심 기술 보호 전략을 펴 왔다. 초창기부터 이차전지 연구를 시작한 선도기업인 만큼 높은 특허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월 기준 등록 4만여 건, 출원 7만2000여 건으로 현재 전 세계 배터리 기업 중 최다 특허를 확보했다. 소재와 전극설계, 공정 등 배터리 생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에서 핵심적 특허를 선점했다. 지난 16일에도 수출 기업의 빠른 지식재산권 확보를 지원하는 ‘초고속심사’ 제도를 활용해 ‘전극조립체 및 전극조립체 제조 장치’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기술력도 LG에너지솔루션의 무기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터리의 전류·전압·온도를 측정하고 제어하는 BMS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기반의 운영 경쟁력을 갖췄다. 지난달에는 배터리 수명 향상 기술인 ‘배터.리(Better.Re) 솔루션’으로 CES 2026 혁신상 수상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배터리 자체의 품질도 입증했다. 올해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에 전력 공급용 배터리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고객과의 계약 사항은 보안상 확인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지만, 업계에선 납품 사실을 기정사실로 보고 품질과 성능 기준이 가장 높은 우주선에 ESS를 공급했다는 점에서 최상급의 배터리 개발·제조 능력을 검증받았다고 평가가했다. 지난달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사우스8 테크놀로지스와 영하 60도 이하에서 작동하는 항공우주용 배터리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신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이 우주선 납품을 시작으로 고성능 배터리의 사용처를 본격적으로 늘려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0월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로부터 4족 보행 로봇에 들어갈 배터리 납품을 의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은 구조적으로 배터리를 많이 넣을 수 없기 때문에 고용량·고속 충전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ESS·로보틱스·IT 기기 등 배터리가 들어갈 수 있는 잠재 시장을 폭넓게 탐색하고 있다”며 “우주 스펙으로 인증받은 품질 기술력이 유의미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LMR(리튬·망간·리치)·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MR 배터리는 양극재 내 리튬과 망간의 함량을 높인 리튬이온배터리다.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약 33% 높아 중저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FP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비교해 망간 함량을 60~65% 끌어올리고, 코발트 함량을 없애거나 낮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양산 계획은 오는 2027년 시범 양산한 뒤 2028년부터 GM과의 합작 공장인 ‘얼티엄셀즈’에서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있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기술이다. 기존 액체 전해질보다 발화 위험이 낮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시한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시점은 2030년 이전이다. 경쟁 기업(2027년)과 비교하면 다소 시차가 있지만, 완성도 높은 전고체 배터리를 추구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마곡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전고체 배터리 셀의 시제품을 최근 완성하고, 충북 오창공장에 파일럿급 이상의 마더라인을 새로 구축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LMR·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를 목표 시점에 맞춰 양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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