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자신을 향해 답변 태도에 대한 사과를 요청하는 위원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어제 절차를 봤을 때 제 답변이 완전히 통역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제게 위증이라고 하는데 통역사들이 제 답에 대해 완전히 통역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회사를 대표해 이 자리에 왔고 수십 만 명의 직원들이 있다. 현재 많은 고객들이 허위 정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큰 소리를 냈다.
로저스 대표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서 전날 답변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거나 책상을 치는 등의 태도와 위증에 대해 사과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한국 국민이 허위 정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30일부터 이틀 동안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을 개최하고 각종 의혹들에 대한 집중 추궁에 나섰다.
31일 열린 청문회에도 창업주인 김범석 의장 등 핵심 경영진이 불출석했으며 로저스 대표의 답변 태도와 위증 여부를 두고 위원들 간 설전이 오갔다.
청문위원들의 질문에는 엉뚱한 답변을 제시해 위원들이 답변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위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발언을 끝까지 이어가 "그만하라, 조용히 하라, STOP" 등의 고성이 나왔다.
로저스 대표는 전날에도 동시통역기 착용 여부 등 통역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으며 책상을 치거나 목소리를 높이며 인상을 쓰고, 위원들에게 역으로 질문하거나 동문서답을 해 위원들이 '예, 아니오'라는 단답을 요구하는 등 청문회 태도에 대한 질타가 있었다.
이번 청문회는 국회법 63조에 따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정무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6개 유관 상임위원이 참석하는 연석회의 형태로 꾸려졌다.
쿠팡 연석 청문회 이틀째…로저스 향해 사과 요청 봇물
청문회는 로저스 임시대표에 대한 위증 고발 예고와 쿠팡 측의 자료 제출 거부에 대판 비판으로 시작했다.
본격적인 질의에 앞선 의사진행 발언에서 청문위원들은 쿠팡의 자료 미제출을 강하게 질타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청문회 시작 전 "쿠팡이 방금 23일 민관합동조사단에 제출한 포렌식 자료를 (다시) 제출했다"며 "저희가 요구한 자료는 쿠팡이 요약한 자료가 아니라 로우 데이터"라며 자료를 다시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어제 중요한 자료 세 가지를 요청했다"며 "쿠팡이 중국에 가서 수사와 같은 활동을 한 것이 국정원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증빙 자료, 정부가 거짓말한다는 주장을 누가 작성했는지에 대한 증빙 자료, 미국 쿠팡에서 한국 쿠팡에 170명 정도 파견한 것에 대한 숫자와 명단 자료 등이 아직 안 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아직까지 안 오는 걸로 봐서는 위증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로저스 대표의 답변 태도도 황당하다. 사과해야 하는 쿠팡이 오히려 국회에 나와 큰소리 치고 안하무인격이다. 이 자리에 있는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고 헌법기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어제 로저스 대표는 위증에 위증을 더했다. 어제 국회 청문회장에서도 국정원에서 지시와 명령을 한 바 없다고 확인됐는데도 로저스 대표는 끝까지 정부 지시에 따랐다는 거짓 기망을 늘어놓았다"며 "국정원이 지시했다는 근거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아직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범석을 지키고 미국만 신경 쓰겠다는 오만방자한 외국인을 지금 즉시 위증 고발해야 한다. 대한민국 공권력을 능멸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2020년 고(故) 장덕준 씨의 산재 사망 사고와 관련해 "로저스 증인이 노동부에 제출하는 자료에 대해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라는 걸 더 강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공개했는데 로저스 증인은 그 이메일의 진위를 확인했느냐며 오히려 본 의원에게 적반하장식으로 화를 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내부 고발자가 제보한 이메일 값의 정보를 보면 2020년 10월 23일 오후 3시 2분 50초로 나온다"며 "어제 제가 제시한 메일 발송 시간을 보면 4초 차이가 나는데 조작할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아니다"라며 "법원에서도 쿠팡 측이 스스로 인정한 자료인데 로저스 증인은 왜 여기서 진위를 묻느냐"고 반문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2020년 고 장덕준 씨의 산재 사망 사고와 관련한 김범석·박대준·로저스 간의 산재 은폐 모의 정황 이메일들은 박대준 증인과 로저스 증인의 이메일 계정에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오늘 오전까지 이 메일들을 제출하지 않으면 메일이 진위임에도 불구하고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고용노동부 장관과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쿠팡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이 이메일 원본들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압수수색 시에 반드시 포렌식 전문가까지 데리고 가서 반드시 진실을 가려주실 것을 위원장님께서 강력하게 확보해달라"고 요청하며 로저스 대표에 대한 위증죄 고발을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로저스 임시대표 "내 답변 완벽히 통역되지 않아" 핑계
자신을 향한 국회의 위증 혐의 고발 가능성이 제기되자 로저스 대표는 "(국회) 회의록을 봤을 때 제 대답이 완벽히 통역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국회에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지만 어제 절차를 보고 제 답이 완벽히 통역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국회를 존중하지만 회사를 대표해 이 자리에 왔고, 수십만 직원들과 많은 고객들이 허위 정보를 받고 있는 만큼 출국금지와 위증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본격적인 질의 전 청문위원들이 로저스 대표의 답변 태도와 위증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자 최 위원장은 로저스 대표를 향해 "정중하게 사과만 하겠느냐"며 "엉뚱한 말을 할 것 같다. 불필요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 사과만 하실 건가"라고 거듭 물었다.
최 위원장은 "26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서면작성 해 75명이 서명했고 제출이 가능해져서 오늘 중 반드시 제출하겠다"며 로저스 대표를 향해 재차 "오늘 태도에 유의해달라. 사과하겠느냐. 정중하게 사과만 할 건가"라고 물었다.
로저스 대표는 "한국 국회와 청문위원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저에게 위증이라고 말씀하시는데 통역사들이 제 말을 (잘못 통역했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저기요, 그만하시고요. 중단하시고요"라고 제지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국회를 존중하지만 많은 고객들이 현재 허위 정보에 대해서 받고 있다. 자신들의 데이터에 대해 허위 정보를 받고 있다. 저는 위증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로저스 대표가 발언을 하는 중에도 최 위원장은 "발언을 중단하라, 그만하라"고 요청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언을 이어가자 의원들의 고성이 들렸다. 그럼에도 로저스 대표는 발언을 계속 이어가며 마무리를 한 뒤 "Thank you"라며 말을 마쳤다.
이에 최 위원장은 "이 상황은 이미 예측돼 있었다"며 "로저스 대표가 과방위 지금 세 번째인데 저 분이 절대 사과하실 리가 없다"며 "이 기회를 저런 식으로 악용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사과 요청을) 안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보유출 보상 이용 시 면소 조건 없다, 허위정보"
이후 이어진 질의에서는 쿠팡이 제시한 보상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쿠팡이 이번 보상안을 향후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 합의는 물론 추후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액을 깎으려는 용도로 활용하려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로저스 대표는 "구매 이용권에는 조건이 없다. 허위정보"라고 말했다. 추후 손해배상 소송이 벌어질 경우 보상안을 근거로 감액을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소송을 한다면 이것은 감경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 29일 쿠팡 전 상품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 2만원, 알럭스 상품 2만원 등 고객당 5만원 상당의 1회 사용이 가능한 4가지 구매 이용권 형태로 지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황 의원은 "말장난 치는 스미싱 쿠폰이다. "법원이 인정하는 개인정보 유출 배상액이 인당 최고 10만 원인데, 쿠팡은 5000원권 쿠폰으로 사건을 퉁치려 한다"고 꼬집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피해자들이 진정으로 구제받았다고 인식할 수 있는 보상안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피해 구제 노력에 대한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사업자인 쿠팡에 있다"고 말했다.
경찰, 쿠팡 '셀프조사'에 "필요시 추가 압수수색 검토"
경찰은 쿠팡의 대규모 유출 사태 관련 자체조사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 등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쿠팡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질의에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수사팀에서 철저하게 검토하고 필요하면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직무대행은 쿠팡의 자체조사에 대한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경찰에서 철저히 수사하고 있고 인터폴을 통해 공조수사도 진행했고 중국과의 국제형사사법 공조도 법무부·외교부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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