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AI, 레거시 시스템 연계와 보안 장벽에 막혀 전사 확장 '제자리 걸음'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시스템 통합(SI) 경험… AI 실행력의 핵심으로 부상
LG CNS, ‘에이전틱웍스’로 비용·보안 해결하며 AI 현장 공략
AI 경쟁의 핵심, 모델 성능보다 '통합과 운영' 역량이 성패 결정
[포인트경제] AI 도입을 선언하는 기업은 늘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파일럿과 데모는 넘치지만, 전사 확산 단계에서 멈춰서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다시 주목하는 주체는 의외로 화려한 AI 스타트업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설계·운영해 온 시스템 통합(SI) 기업들이다.
기업들이 마주한 현실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기술 검증(PoC) 단계에서는 가능성을 보여주던 AI가 실제 업무 시스템에 투입되는 순간, 조직·보안·책임 구조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사례가 반복된다.
대표적인 걸림돌은 시스템 간 부조화다.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은 클라우드 환경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기업의 핵심 데이터와 업무 시스템은 여전히 레거시 환경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완전한 클라우드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AI를 도입하다 보니,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 과정에서 복잡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여기에 엄격한 보안 가이드라인과 내부 통제 기준은 AI의 접근 권한과 실행 범위를 제한하며, 결과적으로 활용이 조회나 분석 수준에 머무는 경우도 발생한다. 오류나 장애 발생 시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 역시 AI의 실질적 활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결국 문제는 AI 모델의 성능보다는, 이를 담아낼 업무 구조와 운영 체계에 있다는 분석이다.
△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로 AI의 '실행력' 확보
AI 이미지 (포인트경제)
이 지점에서 ERP(전사적자원관리), MES(생산관리시스템), SCM(공급망관리) 등 기업 핵심 시스템을 구축·운영해 온 LG CNS와 같은 SI 기업의 경험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단순히 AI 모델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업무 흐름 속에 AI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실제로 기업용 AI가 성과를 내려면 기존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가 재고 부족을 인지했을 때, 공급망 관리(SCM) 시스템과 연계돼 후속 업무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흐름, 업무 승인 절차, 보안·권한 체계 전반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LG CNS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시스템 통합 경험을 바탕으로, AI가 기업의 뇌를 넘어 실제 '손과 발'이 돼 움직일 수 있도록 데이터의 흐름과 업무 동선을 최적화한다.
LG CNS의 '에이전틱웍스(AgenticWorks)' [사진=LG CNS] (포인트경제)
LG CNS가 선보인 '에이전틱웍스(AgenticWorks)'는 이러한 SI의 역할을 자율적 실행의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 에이전틱 AI는 사람이 일일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AI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업무 흐름을 설계해 실행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채용 업무에 적용할 경우 AI 에이전트가 수만 건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하고, 적합한 인재를 선별한 뒤, 면접 질문까지 자동으로 생성해 담당자에게 제안한다.
현신균 LG CNS 대표가 지난 8월 25일에 열린 LG CNS AX 미디어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현신균 LG CNS 대표는 지난 8월 25일에 열린 LG CNS AX 미디어데이 “현재 기업에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AI 에이전트 도입을 넘어, 전사적 관점에서 AI와 핵심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통합 체계"라며, "이러한 체계가 구축될 때 비로소 기업은 보안과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며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한때 생성형 AI가 SI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흐름이 감지된다. AI를 기존 시스템과 연결하고, 결과를 검증하며, 장애 발생 시 책임질 수 있는 주체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의 확산이 SI의 역할을 약화시킨 것이 아니라, 운영·통합·검증이라는 영역에서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
현장의 또 다른 현실적 고민인 비용과 보안 문제에 대해서도 SI 기업들은 실질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LG CNS는 에이전틱웍스를 6종의 모듈(빌더, 스튜디오, 지식 저장소, 허브, 리파이너, 라우터)로 세분화해, 기업이 필요한 기능만 선택해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라우터' 기술은 질문의 난이도에 따라 고성능 모델과 경량 모델(sLLM)을 자동으로 배정해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또한, 기업 내부망에 직접 설치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을 지원하고 '시큐엑스퍼 AI'와 같은 보안 솔루션을 탑재함으로써, 보안에 민감한 금융·공공 분야에서도 안심하고 AI를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 AI 경쟁의 다음 국면: ‘모델’에서 ‘운영’으로
AI 경쟁의 중심축도 변화하고 있다.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확보했느냐보다, 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실제 업무에 안착시킬 수 있는지가 기업 AI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플랫폼과 기술 중심의 논의가, 점차 현장 중심의 실전 단계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AI 기술은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지만, 기업 현장은 여전히 복잡한 시스템과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생성형 AI 확산 국면에서 SI 기업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향후 기업 AI 시장은 화려한 모델 경쟁보다는,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과 안정적 운영 능력을 갖춘 사업자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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