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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CNN방송,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UAE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 예멘 상황을 고려해 현지에 주둔 중인 잔류 대(對)테러 부대를 자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우디가 이날 오전 예멘 하드라마우트주 항구도시 무칼라를 폭격한 직후에 나왔다. 사우디는 UAE가 예멘 분리주의 무장세력 ‘남부 과도위원회’(STC)에 제공한 무기와 장갑차를 타격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날 폭격은 지난 26일 사우디의 STC 거점 공습 이후 나흘 만에 이뤄졌다.
잇단 공습으로 사우디와 UAE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예멘 정부는 UAE에 병력 철수를 요구했고, 사우디 역시 이를 공식 지지했다. 사우디는 이날 공습 직후 성명에서 “형제국인 UAE가 STC에 압력을 가해 사우디 남부 국경지대에서 군사작전을 개시하도록 했다”며 UAE를 상대로 현지 파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24시간 내 예멘에서 군대를 철수시키라고 요구했다.
이에 몇 시간 뒤 UAE가 철군을 결정, 먼저 한 발 물러서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화해 제스처로, 걸프 지역의 두 강국이자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사우디와 UAE가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 사태는 UAE가 지원하는 STC가 이달 초 전략적 요충지인 하드라마우트주와 알마하라주를 장악하기 위해 공세를 개시하며 촉발됐다. 하드라마우트주는 사우디 국경과 인접해 있다.
사우디는 UAE가 사우디 남부 국경에서 STC가 군사 행동을 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며 “왕국의 국가 안보와 예멘의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힐난했다.
사우디 외교부도 “UAE의 조처는 매우 위험하며, 예멘의 합법 정부 회복을 위한 연합군 설립 원칙과 상충된다”며 “예멘의 안보와 안정을 실현하려는 연합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성명을 냈다. 이어 “사우디는 왕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에 대응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며칠 간의 외교적 중재 노력에도 STC가 예멘·사우디 국경 인근으로 활동을 확대하자, 사우디가 이날 처음으로 UAE가 이번 공세를 배후에서 지원했다고 공개 비난한 것”이라며 “STC와 그 뒷배인 UAE를 향한 명백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UAE 정부 대변인인 아프라 알하멜리는 “사우디 안보를 위협하거나 국경을 겨냥해 군사작전을 펴도록 예멘 측에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날 사우디가 폭격한 무칼라항 선적물에는 “무기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피격된 차량에 대해서도 “예멘 내 어떤 세력도 아닌 자국군이 사용하려 했던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UAE는 형제국인 사우디 왕국의 안보와 안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다”며 “사우디와 항상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UAE 외교부도 “예멘 내 긴장을 자국 책임으로 돌리려는 모든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사우디의 안보를 해치거나 국경을 겨냥하는 군사 작전을 예멘 세력에게 지시하거나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을 전면 부인한다”고 밝혔다.
한편 UAE는 한 발 물러섰지만, UAE 지원을 받아온 STC는 철수 요구를 거부했다. STC의 안와르 알타미미 대변인은 이날 “땅 주인에게 자기 땅을 떠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우리는 방어 태세를 갖췄고 우리에게 접근하는 모든 것에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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