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레고 같은 플라스틱 완구류가 내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EPR) 대상에 포함되면서 장난감 업체들은 폐기물을 회수해 재활용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제도 시행으로 장난감 소각·매립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시민 인식이 낮아 제도 안착을 위해선 정보 제공과 안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플라스틱 완구류를 EPR 대상에 새로 포함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EPR는 제품 또는 포장재 제조·수입·판매업자에게 폐기물 회수·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재활용 비용 이상의 재활용부과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번에 포함되는 품목은 레고와 같은 블록완구를 비롯해 조립완구(프라모델 등), 활동완구, 미술공예완구, 퍼즐완구, 기능성완구 등 18종이다. 파티완구나 봉제인형처럼 분리배출·재활용이 어려운 일부 품목은 제외된다. 플라스틱 완구류의 재활용 기준 비용은 1kg당 343원으로 설정됐다.
정부는 장난감이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구성돼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그동안은 다른 재질과 섞여 저품질로 재활용되거나 소각·매립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분리배출 지침이 뚜렷하지 않아 종량제 봉투로 버려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 플라스틱 완구는 원칙적으로 기존 플라스틱과 동일하게 분리배출하되, 배터리 등을 탑재한 전기·전자제품 완구는 소형가전 전용 수거함이나 지자체 전자제품 회수체계로 배출해야 한다.
다만 현장 체감은 시민 인식 개선 없이 제도만 마련해선 재활용 촉진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난감이 사용 후 종량제 봉투로 배출되면 제도가 시행돼도 회수·선별이 어려워 재활용이 이뤄지기 힘들고 그만큼 제도의 실효성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서울환경연합이 발표한 시민 참여형 조사 캠페인 ‘잠자는 장난감을 찾습니다’ 결과에 따르면 시민들은 장난감을 버리는 과정에서 겪는 ‘재질 혼합과 분해 난이도’에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서울환경연합이 시민 설문(865명)과 장난감 수거·분석(7100개)을 병행한 결과 수거된 장난감의 약 66%가 2개 이상의 재질로 구성된 복합재질 제품이었다. 설문에서는 시민의 96%가 “장난감을 버리기 어렵다”고 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로 ‘여러 재질이 섞여 있어 분리배출 판단이 어렵다’(89%)가 꼽혔다. ‘분해가 어렵다’(57%), ‘재질·재활용 표시가 불명확하다’(46%)도 뒤를 이었다.
특히 충전식·건전지 사용 제품처럼 전자요소를 포함한 장난감은 별도 수거·관리 필요성이 크지만 배출 방법이나 주의사항 표시가 명확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서울환경연합은 지적했다.
실제 분석 대상 장난감 중 전자제품 장난감으로 분류된 비율은 14.14%였다. 또한 겉으로는 단순 플라스틱으로 보이지만 내부에 전자부품·스티로폼 등 다른 재질이 섞인 사례가 확인되는 등 외관만으로는 재질 파악이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문제는 ‘제도 인지도’다. 서울환경연합 조사에서 응답자의 95%는 “장난감이 잘 재활용되지 않는다”고 인식했지만, 2026년부터 장난감이 EPR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시민은 2%에 불과했다.
시민들의 재활용 인식과 제도 변화 사이에 간극이 큰 셈이다.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시민이 장난감을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수거·선별 단계에서 혼선이 반복되고 재활용률 개선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그간 자발적 협약을 통해 회수·선별·재활용 체계를 시범 운영해 왔고 완구류 재활용률이 목표치를 상회하는 흐름을 보여 제도 편입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드러난 ‘복합재질 중심 설계’와 ‘표시·안내 부재’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EPR이 도입되더라도 다수 시민이 종량제 배출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장난감 재활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 ▲완구 폐기물 발생량 공식 모니터링 ▲복합재질 완구 생산에 대한 규제 및 재질 표준 정비 ▲시민 대상 장난감 배출·재활용 정보 제공 강화 ▲지자체 선별장 관리·감독 보완 ▲장난감 수리 인프라 구축 등을 촉구할 방침이다.
서울환경연합은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단일 재질 장난감, 분해 방법이나 재활용 불가 안내가 명확히 표시된 전자제품 장난감 등 긍정적인 사례도 확인됐다”며 “이는 장난감 재활용이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라, 설계와 정보 제공에 따라 충분히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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