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선복량 기준 세계 4위를 지켜냈지만, 신조선 발주 감소와 선대 고령화가 누적되면서 중장기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국내 해운·항만·물류 산업의 현주소를 종합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대한민국 해상 공급망 종합 진단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보고서에는 선대, 친환경, 벌크 항만물류, 컨테이너선, 컨테이너 터미널, 컨테이너 박스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주요 해운국과의 경쟁력을 비교·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선복량은 7억1500만t으로 그리스·중국·일본에 이어 5년 연속 세계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신조 발주 잔량은 1000만t에 불과해 주요 10개국 가운데 7위에 그쳤다. 이로 인해 선복량 순위가 향후 이탈리아에 밀려 5위로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됐다.
선대의 노후화도 구조적 약점으로 지적됐다. 우리나라 선박의 평균 선령은 22.3년으로, 일본(16.2년), 중국(14.6년), 독일(19.8년) 등 주요 경쟁국보다 크게 높았다.
친환경 분야에서는 스크러버 장착률이 54.7%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차세대 연료 선박 발주 잔량 비율은 11.3%에 그쳐 글로벌 평균(17.8%)을 밑돌았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에 발주가 집중돼 있어 메탄올·암모니아 등 대체 연료로의 전환과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벌크 항만물류 부문에서는 우리나라가 철광석 세계 3위, 곡물 4위, 원유·LNG 각 3위의 주요 수입국임에도 해외 선적항과 터미널에 대한 지배력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곡물 해외 터미널 확보 규모는 중국·일본 등에 크게 뒤처졌고, 이미 확보한 터미널의 활용도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컨테이너선 분야에서도 최근 10년간 선복량 증가 속도가 대만·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현저히 뒤처진 것으로 분석돼, 향후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하락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외 컨테이너 터미널 투자 역시 7개소(342만 TEU)에 그쳐 네트워크 확장에 한계가 있으며, 대부분 소수 지분 투자에 그쳐 실질적인 운영권 확보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해진공은 보고서에서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 전환 가속, 전략 상선대 확충, 해외 항만 인프라 투자 강화, 해상 공급망 다변화 등 분야별 선제 대응 전략을 제안했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글로벌 해운시장이 지정학적 갈등, 기후 변화 등 복합 위기 속에서 급변하는 가운데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번 보고서가 정부 정책 수립과 업계 경영전략 마련에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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