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이 규제의 주변부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제도권 금융 질서 안으로 진입한 해로 평가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법제화가 주요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결제·정산·자본시장 인프라의 일부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기술 발전의 결과라기보다 국경 간 결제 확대와 금융안정 리스크, 통화주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합된 구조적 흐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각국은 거래소 규제나 투자자 보호를 넘어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상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를 두고 서로 다른 제도 모델을 제시하며 새로운 금융 질서의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는 평가다.
미국은 올해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통해 발행 요건과 준비자산, 상환 의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이용자 보호 차원이 아니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글로벌 디지털 결제의 표준으로 고착시키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기존 국제 송금과 결제망의 비효율성이 누적된 상황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합법적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달러 패권이 디지털 영역에서도 유지·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금융 허브 국가들도 미국의 움직임과 보조를 맞추되, 접근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홍콩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라이선스 제도를 법제화하며 준비자산 구성과 상환 의무를 명확히 규정했다. 싱가포르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정비와 함께 토큰화 국채와 중앙은행성 증권 실험을 병행하며,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금융시장 전반을 연결하는 인프라로 활용하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유럽과 영국은 보다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MiCA 시행 이후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영국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은행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경우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의 이원 감독을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동에서는 제도화와 실사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중앙은행 감독 아래 결제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한편, 항공·부동산 등 실물 영역에서의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개별 코인 간 경쟁이 아니라 규제 모델 간 경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할지, 비은행까지 허용할지, 준비자산을 얼마나 엄격히 규율할지에 따라 각국 금융시장 구조와 자본 이동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수단을 넘어 토큰화된 국채·예금·증권을 연결하는 공용 인프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제도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들어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가 본격화됐고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가상자산사업자 규율을 둘러싼 정책 검토가 병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성격을 결제 수단으로 규정할지, 투자성 디지털자산으로 볼지에 따라 은행과 핀테크의 역할, 지급결제 인프라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26년은 한국 디지털자산 정책의 방향성이 가시화되는 중요한 전환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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