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세계경제 성장 둔화와 하방 리스크 확대'다. 특히 2025년 들어 글로벌 경기의 방향성은 회복보다 둔화 쪽으로 무게가 실렸고, 그 중심에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상 정책 변화와 관세 리스크의 재부상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국면에서, 한국 경제 역시 외부 충격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조건에 놓였다.
글로벌 성장 둔화의 신호는 이미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오래 유지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둔화되고 있고, 중국 역시 부동산 부진과 내수 회복 지연으로 성장 탄력이 약화된 상태다. 국제기구들은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며, '완만한 둔화'를 넘어 지역·산업별 침체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교역 증가율 역시 금융위기 이후 평균을 밑도는 수준에 머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시장의 경계를 더욱 키운 변수는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 가능성이다. 2025년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광범위한 관세 정책은 단순한 선거용이 아니라, 실제 정책 리스크로 다시 부상했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철강·알루미늄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핵심 부품 전반에 대해 고율 관세 또는 관세 재부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한 번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세계 교역 질서 전반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한·미 통상 관계는 이번 국면에서 더욱 복잡해졌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이자 주요 무역 파트너이지만, 동시에 관세 정책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인 국가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 상당수가 미국의 산업 정책과 통상 규제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관세 인상이나 원산지 규정 강화가 현실화될 경우, 단기적인 수출 위축뿐 아니라 현지 투자 확대 압박, 공급망 재편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관세 리스크는 단순히 양국 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유럽과 중국, 신흥국들이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가 다시 보호무역의 연쇄 반응에 빠질 경우, 교역 위축과 투자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며 세계 성장률을 추가로 끌어내릴 수 있다. 과거 미·중 무역 분쟁 당시처럼, 직접적인 관세 대상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된 국가들은 간접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의 취약성은 이 지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수출 비중이 높고, 특정 산업과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일부 첨단 산업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세계 수요 둔화가 본격화될 경우 성장 모멘텀은 쉽게 약해질 수 있다. 내수 역시 고금리 여파와 가계 부채 부담으로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외부 충격을 흡수할 완충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기업의 대응 전략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한·미 통상 협의 채널을 통해 관세 적용 범위와 속도를 조율하는 동시에, 수출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기업들 또한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조달 구조 재편, 가격 전략 조정 등 다층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비용 상승을 수반할 수밖에 없고, 중소·중견 기업일수록 부담은 더 크다.
문제는 불확실성의 '길이'다. 관세 정책과 보호무역 기조가 단기간에 끝날 이슈가 아니라는 점에서,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는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중기적 구조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위축되는 국면이 길어질 경우, 성장 둔화는 점진적이지만 지속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 같은 현실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과제를 다시 드러내는 계기로도 해석된다. 특정 시장과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경쟁력과 내수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지 않으면 외부 변수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25년을 세계 경제가 다시 한 번 분절과 긴장의 시대로 접어든 해로 평가하며, 한국 경제 역시 성장 전략의 전제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관세 리스크 확대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변수다. 2025년 한국 경제는 다시 한 번 외부 환경의 거센 파도 속에서, 체질과 대응 능력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시험받고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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