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수 기자
민주당의 계속되는 정치자금과 관련한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구조적 경고에 가깝다. 특정 인물의 일탈이나 과거의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유사한 유형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고 그때마다 당의 대응은 늘 사후적이고 방어적이었다.
이 흐름이 지방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 국면까지 이어진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유권자들은 더 이상 “정권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만으로 도덕성 문제를 눈감아주지 않는다.
서울시장 선거는 다른 어떤 선거보다 상징성이 크다.
서울은 행정의 중심이자 정치의 무대이며, 서울시장은 단순한 지방행정 책임자가 아니라 차기 대선의 관문으로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장 후보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자연스럽게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행정 능력은 기본값이고, 그 이전에 후보 개인의 정치자금 문제, 후원 구조, 이해관계, 과거의 선택들이 먼저 검증 대상이 된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 기준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이라는 강력한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지지율이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자동으로 이전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순간, 위험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대선에서의 선택과 지방선거에서의 선택은 다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특정 후보에 대한 신뢰는 분리되어 작동한다. 특히 정치자금, 뇌물, 후원금 의혹이 얽힌 후보라면 그 분리는 더욱 선명해진다.
최근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민주당 인사들의 정치자금 관련 논란은 당 전체의 도덕성 프레임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와 별개로, 유권자들은 “왜 비슷한 문제가 계속 나오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도덕성 문제에서 방어적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어렵다. 서울시장 선거처럼 전국적 관심이 집중되는 선거에서는 이런 인식이 곧바로 표심에 반영된다.
특히 정치자금 문제는 다른 어떤 논란보다 치명적이다. 정책 실패나 행정 실수는 수정 가능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돈과 관련된 문제는 신뢰 자체를 붕괴시킨다.
더구나 종교단체, 특정 이익집단, 불투명한 후원 구조와 연결될 경우, 그 파장은 후보 개인을 넘어 민주당 전체로 확산된다. “과거와 다르다”는 말은 반복됐지만, 유권자들의 체감은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장 선거의 기준은 명확해질 수밖에 없다. 도덕성과 선명성이다. 여기서 선명성이란 강경함이나 진영 논리가 아니다.
정치적 태도와 이해관계가 분명하고, 돈과 권력 앞에서 애매한 지대를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관행이었다”,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식의 설명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유권자들은 법의 최소 기준이 아니라 정치의 최대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긴장을 감지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을수록, 후보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요구 수준은 오히려 올라간다. “이재명 정부를 지지한다”는 말은 동시에 “그 이름을 빌려 문제 있는 후보가 나오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공식이 성립되는 순간, 민주당은 선명성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누가 더 깨끗한가, 누가 더 논란에서 자유로운가가 공천과 선거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른다.
이 과정에서 김병기 원내대표를 둘러싼 사건처럼 정치자금이나 금전 문제와 연결된 이슈는 더욱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논란이 반복 노출되는 것 자체가 민주당에게는 치명적인 부담이다. 상대 진영의 공세 이전에, 중도층과 무당층이 먼저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일 잘하는 후보’라는 메시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도덕성 검증을 통과한 이후에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도덕성에 대한 의심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아무리 행정 능력을 강조해도, 그것은 자기 확신에 불과하다. 유권자에게는 오히려 “일은 잘할지 몰라도 권한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믿기 어렵다”는 불안으로 전환된다.
서울시장 선거의 순서는 바뀌어야 한다.
먼저 도덕성, 그 다음 선명성, 그리고 행정 능력이다. 인기는 결과이지 조건이 아니다.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논란이 터질 때마다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논란이 될 수 있는 후보를 걸러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정치자금, 후원금, 이해충돌, 종교단체와의 관계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하는 과정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이 기준을 세우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단순한 패배를 넘어 신뢰의 균열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이 기준을 분명히 세운다면, 내부의 불편함과 단기적 갈등은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정권 재창출의 토대를 단단히 다질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인기투표가 아니다. 권한을 맡길 수 있는가를 묻는 선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더 엄격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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