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필 자료 8책, 보물 지정 예고…"제작 당시 형태·과정 담겨"
가평 현등사 불화·임실 진구사터 불상 등 불교유산 3건도 보물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청나라에 다녀온 뒤 남긴 '열하일기'(熱河日記) 초고본이 보물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이 소장한 '박지원 열하일기 초고본 일괄'을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박지원은 1780년 청나라 건륭제의 칠순 축하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연경(燕京·북경), 열하(熱河) 등을 방문한 뒤 그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다.
일기체 형식으로 쓴 책은 청의 선진 문물, 당대 문인들과의 교유를 자세히 담고 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자료는 총 4종 8책으로, 청에서 귀국한 박지원이 작성한 가장 초기의 고본(稿本) 즉, 저자가 친필로 쓴 원고로 만든 책이다.
이 가운데 '연행음청(燕行陰晴) 건·곤' 책은 열하일기 정본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학(西學) 관련 용어와 내용이 수록돼 있어 연구 가치가 있다.
'연행음청록(燕行陰晴錄) 4'와 '연행음청기(燕行陰晴記) 3' 책은 박지원의 친필 고본 중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 형태를 보여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열하일기 초고본은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서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열하일기가 처음 제작될 당시 형태와 저자인 박지원과 그 후손 등에 의해 수정·개작(改作)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가평 현등사 아미타여래설법도', '임실 진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양산 신흥사 석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복장유물' 등 3건도 보물로 함께 지정 예고했다.
경기 가평 현등사의 불화는 1759년에 제작됐다.
비단 바탕에 아미타여래가 극락에서 여러 권속(불·보살을 모시고 따르며 보좌하는 자)에게 설법하는 장면을 섬세하고 짜임새 있게 표현했다.
서울·경기 지역에 남아있는 아미타설법도 가운데 제작 시기가 가장 빠르고, 당대 경기 지역 불화와 화승(畵僧·불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승려) 화풍을 엿볼 수 있어 의미가 크다.
전북 임실 진구사 터에 남은 불상은 9세기 후반 통일신라 때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성스러운 빛을 형상화한 광배(光背)가 없어지고 왼쪽 손목 아랫부분도 일부 사라졌으나, 균형 잡힌 비례와 섬세한 조각 수법이 돋보이는 유물이다.
전라 지역에서 드물게 확인되는 9세기 석조비로자나불좌상 형태로, 통일신라 하대 불교 미술의 지방 확산을 보여주는 실물 자료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남 양산 신흥사의 불상은 1682년에 완성해 봉안한 작품이다.
17세기 이후 수량이 많은 조각에 많이 쓰인 재료인 불석(佛石·제롤라이트)으로 만들었으며, 경상도 지역에서 활약한 조각승 승호(勝湖)가 제작에 참여했다.
승호의 작품 중 사찰 주요 건물에 봉안한 불상으로는 가장 이른 사례로, 불상 안에 넣은 각종 복장(腹藏) 유물은 당대 의식을 이해할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인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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