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드라마 '아이돌아이'/ 출처: 드라마 공식 포스터
아이돌과 팬, 변호사와 피의자, 신뢰와 의심이 한 법정에 올라섭니다. ENA 월화드라마 〈아이돌아이〉에 출연한 4인의 주연배우에 대해 알아봅니다.
최수영, 맹세나 역
이제는 소녀시대 최수영 보다 연기하는 최수영이 익숙할 만큼, 최수영의 배우 커리어는 꽤 오래 됐습니다. 일찍부터 생활감 있는 역할을 선보이며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온 것도 그녀의 성공 요인입니다. 드라마 〈런 온〉에서는 스포츠 에이전시 CEO 서단아를 연기했는데, 직설적 화법과 그 이면의 외로움을 동시에 보여주며 센 역할도 설득력 있게 소화하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감정 연기의 폭을 확장한 작품은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입니다. 호스피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그는 감정을 터뜨리기보다 눌러 담는 연기를 선택했고, 울지 않는 얼굴로 드라마의 정서를 지탱했습니다. 여기서 최수영은 과장 없는 리얼리즘에 강한 배우라는 인식을 굳혔습니다. 연기 외적으로는 가수 활동, 글로벌 브랜드 앰버서더, 패션·뷰티 영역까지 영향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외의 TMI는 대본 분석 방식입니다. 최수영은 감정보다 문장의 구조와 리듬을 먼저 파악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법정 장면처럼 논리와 호흡이 중요한 신에서 특히 강점을 보입니다. 〈아이돌아이〉에서 맹세나라는 캐릭터가 ‘덕후’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흐르지 않는 이유입니다.
김재영, 도라익 역
김재영의 커리어는 모델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서서히 해체해왔습니다. 대중적으로 가장 넓은 시청층을 만난 작품은 KBS 주말극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입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장기 호흡의 서사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며 주연 배우로서의 체력을 증명했습니다. 이후 김재영은 비교적 안전한 로맨스보다, 관계의 균열이 드러나는 캐릭터를 선택해왔습니다. 〈너를 닮은 사람〉에서는 현실적인 연애의 불균형과 감정의 타이밍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연기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의 강점은 감정을 크게 표출하지 않고, 호흡과 시선으로 불안을 남기는 방식입니다. 연기 외적으로는 여전히 패션과 화보 영역에서 강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이돌아이〉에서 그가 연기하는 도라익은 아이돌이라는 화려한 외피보다, 무대가 끝난 뒤 찾아오는 공허와 공황이 핵심인 인물입니다. 김재영은 이 캐릭터를 피해자나 스타로 단순화하지 않고, 불안정한 인간으로 설득합니다. 도라익에게는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에서 내려온 직후’가 가장 힘든 순간이라는 설정이 깔려 있습니다. 이 디테일이 캐릭터의 진정성을 만듭니다.
정재광, 곽병균 역
정재광의 커리어는 한 단어로 요약하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는 특정 장르나 이미지에 자신을 고정시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작품마다 필요한 얼굴로 스스로를 조정해왔습니다. 이 배우를 떠올리면 늘 “이 장면에서 왜 저 배우가 필요한지”가 먼저 설명됩니다. 최근 몇 년간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그 방향성이 선명합니다. 먼저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정재광은 무심한 표정으로 극의 긴장을 끌어올리는 현실적인 의료진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또 다른 결은 〈찌질의 역사〉에서 확인됩니다. 여기서 정재광은 제목 그대로 찌질함을 외형적 희화가 아닌 생활의 태도로 구현합니다. 비겁하거나 우스꽝스럽기보다, 스스로의 초라함을 인지하고도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최근작 중 하나인 〈백번의 추억〉은 그의 커리어에서 또 다른 변곡점입니다. 이 작품에서 그는 회상의 층위를 오가는 인물을 연기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물의 결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아이돌아이〉에서 그가 연기하는 검사 곽병균은 이런 커리어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엘리트, 법조 명문, 황태자라는 설정은 오히려 정재광에게 유리합니다. 그는 권력을 과시하지 않고, 논리가 사람을 압도하는 순간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이 인물은 악역이 아니라, 쉽게 반박할 수 없는 상대가 됩니다. 드라마의 긴장을 담당하는 핵심 축입니다.
최희진, 홍혜주 역
최희진의 커리어는 조용히 오래 가는 배우의 정석에 가깝습니다. 화려한 데뷔나 단숨에 터지는 흥행보다는, 작품마다 감정의 한 지점을 정확히 찍으며 존재감을 쌓아왔습니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인물의 무게를 다르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는 최희진의 이름을 평단에 각인시킨 작품입니다. 김혜윤이 연기한 주인공의 주변 인물로 등장하지만, 최희진은 이 영화에서 단순한 조력자나 배경이 아닌, 폭력과 침묵의 구조 안에 놓인 또 다른 피해자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이 작품을 통해 최희진으 “독립·상업 경계를 오갈 수 있는 배우”로 분류되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모텔 캘리포니아〉에서는 정적인 표정과 시선으로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줬습니다. 〈아이돌아이〉에서 최희진이 맡은 홍혜주는 재벌가 차녀, 아이돌의 전 연인이라는 익숙한 설정이지만, 핵심은 꿈에 실패한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성공한 집안, 안정된 삶 속에서도 좌절을 품은 인물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오래 남는 얼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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