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비가 내린다.....성층권까지 올라간 미세 플라스틱,…기후재앙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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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비가 내린다.....성층권까지 올라간 미세 플라스틱,…기후재앙의 원인이 된다

월간기후변화 2025-12-31 09:26:00 신고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하늘은 제우스의 영토였고, 동양의 선인들에게 비는 대지와 만물을 잇는 생명의 젖줄이었다.

 

 

시인들은 구름을 ‘방랑하는 영혼’이라 불렀고, 농부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물을 가장 순결한 자연의 선물로 여겼다.

 

그러나 21세기, 하늘의 서사는 낭만을 벗었다. 과학이 구름의 심장부를 들여다본 순간, 그곳에는 수증기 대신 우리가 버린 욕망의 파편, 알록달록한 미세 플라스틱이 진을 치고 있었다.

▲ 바다에서는 파도가 터질 때 생기는 미세 기포가 플라스틱 조각을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해양 비산물이 된다.    

 

인류가 만든 이 ‘불멸의 물질’이 중력을 거슬러 성층권까지 오르는 여정은 경이로우면서도 섬뜩한 대기 물리의 드라마다.

 

도심의 도로 위에서는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가 닳으며 생긴 입자들이 열적 난류와 상승 기류를 타고 대기 경계층을 뚫는다.

 

바다에서는 파도가 터질 때 생기는 미세 기포가 플라스틱 조각을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해양 비산물이 된다.

 

그렇게 대기에 진입한 나노 단위의 파편들은 지구 대순환이라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 국경도 없이 북극의 빙하 위로,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그리고 우리 머리 위 구름 속으로 스며든다.

 

가장 치명적인 대목은 이 이물질들이 구름의 ‘생리’를 바꾼다는 사실이다.

 

구름이 비가 되려면 수증기가 달라붙을 씨앗, 응결핵이 필요하다. 본래는 먼지나 박테리아의 몫이었으나, 표면적이 넓고 화학적으로 안정한 미세 플라스틱은 더 강력한 빙정핵으로 작동한다.

 

연구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이 섞인 물방울은 자연 상태보다 5~10도 높은 온도에서도 얼음 결정으로 변한다.

 

그 결과 구름의 수명은 인위적으로 흔들리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폭우를, 때로는 마른하늘을 남긴다. ‘도깨비 장마’와 기상 이변의 배후에 플라스틱이라는 기후 교란자가 숨어 있다는 의심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 파편들은 지구의 에너지 장부도 교란한다.

▲ 미세 플라스틱이 섞인 물방울은 자연 상태보다 5~10도 높은 온도에서도 얼음 결정으로 변한다.    

 

공중에 떠 있는 입자들은 형태와 색에 따라 태양 에너지를 산란시켜 식히거나, 흡수해 달군다. 특히 극지방에 내려앉는 ‘플라스틱 눈’은 알베도를 떨어뜨려 융해의 속도를 재촉한다.

 

흰 눈 위의 유색 파편은 태양열을 더 끌어안고, 빙하는 더 빨리 녹는다. 그 끝에는 해수면 상승이라는 전 지구적 파장이 기다린다.

 

결국 구름에 잠시 머물던 플라스틱은 비와 눈이 되어 돌아온다. 학계는 이를 ‘습식 침적’이라 부르지만, 실상은 플라스틱 비다.

 

청정하다고 믿었던 국립공원에서도 연간 수천 톤 규모의 미세 플라스틱이 비에 섞여 내린다는 보고는 공포에 가깝다.

 

이 비는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농작물의 뿌리로 스며들며, 먹이사슬을 따라 인간의 혈관까지 이어진다. 편의를 위해 버린 병뚜껑이 구름이라는 자연의 필터를 통과해 다시 몸속으로 귀환하는, 잔혹한 순환의 완성이다.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질문을 던질 시간이다. 저 비는 생명을 잉태하는 자연의 섭리인가, 아니면 우리가 배출한 욕망의 찌꺼기인가.

▲ 대기를 떠돌며 기후를 조작하고 생태계를 흔드는 저주가 되었다. 외부 효과라는 경제학의 개념이 대기권이라는 물리적 무대에서 이토록 선명하게 증명된 적은 드물다.    

 

썩지 않는다는 불멸성은 축복이었을까.

 

이제 그 불멸성은 대기를 떠돌며 기후를 조작하고 생태계를 흔드는 저주가 되었다. 외부 효과라는 경제학의 개념이 대기권이라는 물리적 무대에서 이토록 선명하게 증명된 적은 드물다.

 

지금 필요한 대응은 구호에 그치는 감축 캠페인이 아니다. 대기 중 미세 플라스틱 농도를 기후 위기 지표에 포함해 관리하는 국제적 합의, 생산 단계에서 마모와 비산을 줄이는 기술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자연은 인간의 쓰레기를 묵묵히 받아주는 정화조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손가락위에 묻어나는 미세플라스틱    

 

하늘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를 보내고 있다. 구름 위에 쌓인 알록달록한 파편들, 그것이 바로 인류의 오만이 어떻게 비수가 되어 되돌아오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서늘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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