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아주경제신문이 외환전문가 8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5명(62.5%)이 내년 연평균 환율이 1420원 이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가 내놓은 최하단은 1320원, 최상단은 1510원이고 중간값은 1415원이었다. 방향성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6명이 내년 원·달러 환율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며 1명은 '상고하저', 나머지 1명은 '상저중고하저'를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의 강력한 환율 안정화 대책과 달러 약세, 반도체 사이클 회복, WGBI 편입에 힘입어 내년 초까지는 환율이 안정 국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완화적 트럼프 정책 기대감과 경상수지 흑자 개선도 수급 여건을 올해 연말보다 우호적으로 만들 것이란 분석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연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로 달러 약세 가능성이 있으며 4월부터 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효과가 나타나면서 환율을 1400원 초반으로 밀어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부터 미·중 갈등과 관세 이슈가 다시 부각되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자극되며 새 연준 의장이 매파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연말께는 환율이 위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환율이 더 높을 것으로 본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전문위원은 "연초 일시적 강달러를 소화하며 상승한 뒤 상반기에는 엔화 강세, 하반기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속화에 따른 약달러를 제한적으로 좇아 하향 안정화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경기 둔화를 이유로 금리를 가파르게 인하하지 않는 한 한·미 금리 차 구조가 쉽게 바뀌기 어렵다"며 "금리 역전이 고착된 환경에서는 원화 약세 압력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급격한 수급 쏠림과 환율 급등락을 완화하는 변동성 조절 수단으로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추세 전환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개입이 잦아질수록 시장의 학습 효과로 정책 효과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미국의 감세 정책과 재정 확대 가능성,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장단기 금리차 확대 등이 맞물리며 원화 약세 요인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에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감세 정책 등으로 미 장단기 금리 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응답자 절반은 내년 환율 상단을 1500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상단을 1510원으로 본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상반기는 비교적 낮은 환율로 출발하겠지만 원화 약세라는 장기 트렌드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올해 연평균 환율이 약 1422원 수준인 만큼 내년 연평균 환율은 이보다 더 높고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높을 것"고 말했다.
전병철 NH농협은행 FX파생사업부 과장은 "내년 환율 상승 요인으로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변동성 확대, 해외 투자 확대 추세, 글로벌 달러자산 선호 지속 등을 들 수 있다"며 "반면 WGBI 편입 이후 원화 강세 흐름,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기조,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은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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