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둘러싼 독과점 논란은 추상적 우려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외 경쟁당국이 이미 특정 시점마다 제재와 조건을 통해 위험을 공식화해 왔다는 점에서, 이는 확인된 정책 이슈에 가깝다. 핵심은 통합 이후 시장지배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다.
가장 분명한 신호는 공급 축소에 대한 사후 제재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12월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위반했다며 총 64억6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제재 대상이 된 사례는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으로, 2024년 12월 12일부터 2025년 3월 28일까지 해당 노선의 공급 좌석 수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약 69.5%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승인 당시 "2019년 대비 90% 미만으로 좌석을 축소하지 말 것"이라는 명시적 조건을 달았고, 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좌석 공급 축소는 가격 인상보다 간접적인 방식이지만, 경쟁자가 없는 노선에서는 소비자 부담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실제로 공정위가 좌석 수 자체를 경쟁 제한의 핵심 지표로 삼아 제재에 나섰다는 점은, 통합 항공사의 시장 영향력을 가격 이전 단계에서부터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사례로 해석된다.
이 같은 시각은 해외 경쟁당국의 판단과도 맞닿아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4년 2월 13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집행위는 당시 결정문에서 유럽–한국 장거리 노선과 항공화물 시장에서 경쟁 약화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지적하며, 화물사업 매각과 특정 중복 노선에서의 슬롯·운수권 이전을 승인 조건으로 제시했다. 특히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장기적으로 서비스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까지 경쟁 제한의 범주에 포함시켰다는 점이 주목된다.
국내에서도 공정위는 같은 인식 아래 사전·사후 규제를 병행하고 있다. 2022년 12월 기업결합 승인 당시 공정위는 평균 운임 인상 제한, 좌석 간격과 무료 수하물 유지 등 구체적인 행태적 조건을 부과했고, 점검 기간을 2024년 말부터 2034년 말까지로 설정했다. 통합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시장 경쟁이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한 관리 설계다.
소비자 체감 영역인 마일리지 제도 역시 독과점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 대한항공이 2024년 12월 12일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확보하며 자회사 편입을 완료했음에도, 마일리지 통합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대체 선택지가 사실상 사라진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마일리지는 항공권 가격과 직결되는 요소지만, 경쟁 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소비자 불만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 일련의 날짜와 조치들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대한항공의 통합은 승인으로 끝난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인 경쟁 관리의 대상이 된 구조적 변화다. 독과점의 위험은 가격표에 즉각 드러나지 않는다. 공급 조절, 서비스 기준, 비가격 요소를 통해 서서히 체감 비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규제당국이 반복적으로 조건을 부과하고, 결국 제재까지 집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적 항공사의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가 소비자 선택권 축소와 시장 경직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통합 이후의 행태를 더욱 정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미 특정 시점마다 경고등은 켜졌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를 일시적 관리가 아니라 구조적 통제의 문제로 다룰 수 있느냐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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