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품의 아프리카인] ⒂베냉 청년 "한국서 첫 외국인 유니콘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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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품의 아프리카인] ⒂베냉 청년 "한국서 첫 외국인 유니콘 꿈꾼다"

연합뉴스 2025-12-31 07:00: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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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취·창업 지원 플랫폼 만든 카지미르 씨…"한국 이해 기반해 개인 맞춤형 전략 제공"

한국인도 필요한 AI 기반 구직 서비스 선봬…"글로벌 시대에 외국인은 한국 기업에 큰 자산"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카지미르 씨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카지미르 씨

[촬영 임경빈 인턴기자]

(서울=연합뉴스) 임경빈 인턴기자 = "외국인이 한국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을 창업한 사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만든 플랫폼이 그 첫 사례가 되길 바랍니다"

서아프리카 베냉 출신 카지미르 아고수(32)씨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글로벌스타트업센터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외국인은 한국 기업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23년부터 외국인 취업 지원 스타트업 '어시스트 미(Assist-Me)'를 운영 중이다.

어시스트 미는 한국에서 취업이나 창업을 원하는 외국인에게 채용 시장 분석과 개인별 맞춤형 취·창업 전략을 제공한다.

카지미르 씨는 "작년에는 창업을 중심으로 5개 스타트업의 등록을, 올해는 구직자 위주로 매달 여러 명의 취업을 각각 도왔다"며 "지금까지 30여 개국 출신 구직자들이 거쳐 갔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취·창업을 위한 방법으로 한국 기업의 니즈(필요) 파악을 제시했다.

그는 "해외 영업, IT, 마케팅 등 한국 기업이 외국인에게 기대하는 역량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의 긍정적인 면만 보고 오는 외국인이 많다.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사회 작동체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1인 기업으로서 창업과 운영에 어려운 점도 많았다.

그는 "사업 경험이 전무했던 상태로 시작했던 만큼 하루하루가 시행착오였다"며 "처음에는 운영 자금을 개인 저축으로 충당했으나 꾸준히 운영하다 보니 점차 수익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어시스트 미' 사용자 후기 '어시스트 미' 사용자 후기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베냉 남부의 아보메칼라비 출신인 카지미르 씨는 당초 고국의 농업 전문 대학에서 천연자원 관리를 전공했다.

그는 "농업이 주요 산업인 베냉에서 환경과학 분야는 중요했다"며 "고국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처리 관련 기술을 배우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국을 처음 접한 건 2013년 베냉에서 활동하던 한국의 비정부기구(NGO) 회원들을 만났을 때다.

그들과 교류하며 한국의 성장 가능성을 알게 된 카지미르 씨는 이듬해 NGO 매니저로부터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GKS) 사업을 추천받았다.

직접 한국을 경험해보고자 장학생에 도전했으나 준비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프랑스어밖에 할 줄 몰랐던 나는 영어로 된 서류를 이해하기 힘들었다"며 "먼 나라로 떠나는 것에 대한 가족의 반대도 심해 설득하는 데 오래 걸렸다"고 밝혔다.

한국행 비자 발급을 위해 가나까지 여러 차례 왕복할 정도로 노력을 기울인 끝에 GKS에 합격했다.

그렇게 2014년 한국에 온 뒤 충남대 국제언어교육원에서 1년간 한국어를 배웠다.

카지미르 씨는 "한국어와 영어 둘 다 몰랐기에 공부하는 데 남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그래도 베냉에서 안면을 텄던 NGO 회원들의 도움이 힘이 됐다"고 돌아봤다.

충남대 국제언어교육원 시절 카지미르 씨 충남대 국제언어교육원 시절 카지미르 씨

[카지미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강원대 환경공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환경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는 "주로 원격탐사 분야를 연구했다"며 "지도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연구실 사람과 가족처럼 지냈다. 다른 GKS 유학생들과도 자주 어울렸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서 박사과정까지 수료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하지만 진로에 관한 고민에 부딪혔다.

카지미르 씨는 "비자 문제 때문에 채용이 무산되는 등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박사학위를 얻어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됐다"고 밝혔다.

2022년 서울로 향해 다양한 일을 경험하던 중 창업이민 인재 양성 프로그램(OASIS)에 대해 알게 됐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OASIS는 우수한 기술을 갖춘 외국인 창업자의 국내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지원과 창업비자(D-8-4)를 제공하는 제도다.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2018년경 외국인 사회공헌 프로젝트에서 만났던 유학생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카지미르 씨는 "유학생들은 내게 비자 절차, 집 계약, 취업 등에 대해 자주 질문하곤 했다"며 "생활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하나 취·창업은 정말 어려워한다는 걸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어시스트 미를 만들었다"고 창업 과정을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스타트업과 업무협약 체결하는 카지미르 씨 사우디아라비아 스타트업과 업무협약 체결하는 카지미르 씨

[카지미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에는 어시스트 미를 바탕으로 '아카포(Acafo)'라는 AI 기반 구직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력서에 단계별로 자기 경력과 역량, 취미 등을 작성하면 AI 분석을 토대로 적합한 직무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다.

카지미르 씨는 "아카포가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하는 점은 취미, 습관 등 개인적 이야기까지 포함해 분석하는 것"이라며 "스스로 사소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직무와 연관되면 강점으로 발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I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이직하는 시대에 자기가 미처 몰랐던 역량을 발견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외국인을 위해 만들었지만, 한국인에게도 필요한 서비스"라고 덧붙였다.

이달 중순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스타트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서아프리카 폰족의 언어로 'Aca'는 고통과 어려움을, 'fo'는 끝을 뜻한다"며 "이 플랫폼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이 없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 카지미르 씨는 한국 기업이 외국인을 자산으로 생각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외국인은 새로운 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사고방식을 가져다준다"며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국제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imkb0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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