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가미 겐지 단편소설집 '천년의 즐거움'·기혁 신작 시집 '소설책'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 희망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 = 서정홍 지음.
1992년 '아들에게'로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농부시인' 서정홍이 15년 만에 내놓은 산문집이다.
자연에서 얻은 깨달음과 농부의 자긍심을 담은 '오늘처럼 살맛 나는 날은 처음이오', 산골 마을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람이 곧 하늘이라', 농업과 사회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담은 '세상이 아프면 우리도 아프다', 청년들이 농촌으로 복귀하기를 당부하는 '마지막 유언' 등이 실렸다.
시인은 서문에서 "세상이 조금이라도 살 만해졌다면 이 책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후 위기와 지구적 재난, 농촌공동체 해체 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면서도 "사람 옆에서 사람으로 살아가는 한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희망가를 노래한다.
1990년 마창노련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시인은 전태일문학상을 비롯해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 권정생문학상 등 다수의 상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경남 합천에 '열매지기공동체'와 '담쟁이인문학교'를 세우고 시인이자 농부로 살고 있다.
교육공동체 벗. 340쪽.
▲ 천년의 즐거움 = 나카가미 겐지 지음. 이정미 옮김.
일본 전후 세대 작가를 대표하는 나카가미 겐지가 1980∼1982년에 연재한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묶어 낸 소설집이다.
여섯 편의 단편 모두 이른바 '로지'로 불리는 일본의 피차별 부락을 배경으로 한다. 나카모토 가문의 여섯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마을의 유일한 산파인 오류노 오바의 시점에서 풀어낸다.
난봉꾼 한조의 파멸을 다룬 '한조의 새', 도망자 신세가 된 한조의 삼촌 미요시를 다룬 '육도의 갈림길', 온몸에 털이 난 상태로 태어난 후미히코의 이야기 '덴구의 소나무', 남미 혁명에 가담하는 야스오를 다룬 '천인오쇠', 의적 활동을 하는 신이치로의 이야기 '라플라타 가담', 폭동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한조의 사촌 다쓰오의 '칸나카무이의 날개' 등이 실렸다.
1946년 와카야마현의 한 피차별 부락에서 태어난 나카가미는 1976년 '꽃'으로 제74회 아쿠타가와상을, 1977년 '고목탄'으로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등을 받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았다. 1992년 46세의 이른 나이에 신장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문학과지성사. 307쪽.
▲ 소설책 = 기혁 지음.
2014년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박수'로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기혁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소설'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총 3부로 구성된 시집의 1·3부 제목이 각각 '비소설'(非小說), '미소설'(未小說)이다.
표제작 '소설책'은 백지 위에 덩그러니 앉은 소설의 주인공이 자신을 지켜보는 독자의 시선을 시의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는 "시가 되지 못한 언어의 파편들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아직 소설이 되지 못한 날것의 상태를 집요하게 추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기혁은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당선해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교유서가. 188쪽.
hyu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