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우유 소비 주는데 멸균우유 수입은 증가…국산 우유와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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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우유 소비 주는데 멸균우유 수입은 증가…국산 우유와 차이는

연합뉴스 2025-12-31 06: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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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소 차이는 미미…유업계 "국산 우유, 신선도·맛 차별화"

국내 우유값 세계 9위 수준…내달부터 미국산 멸균우유 무관세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최근 해외에서 멸균 우유 수입이 늘고 있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멸균우유 수입은 2018년 4천t(톤)에서 2019년 처음 1만t을 넘긴 뒤 지난해 4만8천t으로 증가했다. 2018년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국내 우유 소비는 줄어드는데 해외에서 멸균 우유 수입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신선 우유와 멸균 우유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유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확인해봤다.

국가별 우유 관세율 변화 국가별 우유 관세율 변화

[국내 유업계 제공]

◇ 신선우유와 멸균우유 영양소 차이는 미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와 대한영양사협회에 따르면 우유는 단백질과 지방, 유당, 칼슘·인·마그네슘 등 무기질과 비타민 등 100여종의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체내 소화 이용률이 높아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이다.

신선우유(살균우유, 냉장우유)와 멸균우유는 원유를 살균하는 온도와 유통방식에 차이가 있다.

우유를 생산할 때 젖소에서 짠 생유에서 해로운 세균과 지방 분해효소인 리파아제 등을 사멸시키고자 살균 과정을 거친다.

우유 살균법은 ▲ 63∼65도에서 30분간 살균하는 저온장시간 살균법(LTLT) ▲ 72∼75도에서 15초간 살균하는 고온단시간살균법(HTST) ▲ 130∼150도에서 0.5∼5초간 살균하는 초고온살균법(UHT)이 있다.

신선우유에는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냉장 흰우유는 초고온살균법으로 처리한다.

멸균우유 또한 초고온살균법을 적용하되 냉장 우유보다 더 높은 온도로 열처리한다. 이와 관련해 국내 유업체 관계자는 "멸균우유 제작 공정상 구체적인 온도와 시간은 업체별 대외비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멸균우유는 세균과 곰팡이 등 미생물을 완전히 제거한 뒤 멸균팩에 포장하는 만큼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유통기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신선우유와 비교해 단백질과 지방, 칼슘 등 핵심 영양성분에는 차이가 없다. 제조 과정에서 비타민B군이 감소할 수 있지만 우유가 비타민B군의 주요 공급원이 아니라 영양학적 차이는 미미하다고 유업계는 설명했다.

수입 멸균우유 수입 멸균우유

[연합뉴스 자료사진]

◇ 유업계 "수입 멸균우유와 국산 신선우유, 신선도와 맛·향에 차이"

국내 유업계는 신선우유와 멸균우유의 영양소가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신선도와 맛·향에서는 분명하게 차이가 난다고 강조한다.

국산 신선우유 유통기한은 11∼14일, 국산 멸균우유는 12주다. 수입산 멸균우유 유통기한은 1년이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국산 신선우유는 착유 직후 적정 온도로 빠르게 냉각되고, 인근 유가공 공장으로 이동해 살균 과정을 거친 뒤 통상 2∼3일 만에 소비자에게 도달한다"며 "수입산 멸균우유는 해상 운송과 통관, 국내 물류과정이 더해져 제조일로부터 3개월 이상 지난 제품이 팔린다"고 설명했다.

위원회가 지난 2023년 연구전문 기업 KMRI 연구팀과 경북대에 의뢰해 진행한 '수입 유제품 유통실태 및 안전성 품질 검증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 패널 10명은 국산 신선우유에 대해 "색깔이 하얗고 투명도가 높은 데다 신선한 우유 향이 짙다"고 평가했다.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를 두고는 "가열한 냄새(Heat Flavor)와 치즈 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멸균우유를 빵이나 커피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할 경우 이러한 향이 사라져 제빵업체 등에서 수입 멸균우유 소비가 늘고 있다.

이밖에 국산 신선우유는 원유의 등급과 품질을 확인할 수 있지만 수입산 멸균우유는 그렇지 않다.

원유의 품질은 체세포 수와 세균 수로 결정한다. 체세포 수는 젖소의 건강 상태를, 세균 수는 착유 환경의 청결도를 보여준다.

국산 신선우유의 원유 등급과 품질 표기 국산 신선우유의 원유 등급과 품질 표기

[서울우유 판매 상세페이지 캡처]

◇ 우유 소비는 줄어드는데… 국산 원유값은 미국의 2배 수준

국내 유업계는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량 축소와 수입산 대비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낙농진흥회 통계를 보면 우유소비량 총량은 2016년 391만t에서 2021년 445만t까지 늘었다가 감소세로 전환해 지난해에는 389만t까지 줄었다.

1인당 우유 소비량도 2021년 86.1㎏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76.0㎏으로 감소했다. 이는 2016년도의 1인 소비량(76.4㎏)과 비슷한 수치다.

우유는 학교급식이나 아동 소비 비중이 큰 품목인데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 타격을 받고 있다. 아침에 우유 대신 커피나 두유·아몬드 음료 등 대체제를 찾는 경우도 늘었다.

국산 원유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 수출도 쉽지 않다.

낙농진흥회와 미국 농무부 등 각국 자료를 통합해 지난해 기준 1ℓ당 원유가격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1천246원, 일본 1천130원, 폴란드 744원, 호주는 670원, 미국은 629원이다.

올해 4월 기준 전 세계 물가비교 사이트 '글로벌 프로덕트 프라이스' 통계를 보면 지방 함량 1.5∼2.5% 사이 우유를 기준으로 한국의 우유 가격은 1ℓ당 2.49달러로 조사 대상 79개국 가운데 9번째로 비쌌다. 국내에도 많이 수입되는 폴란드(74위)의 우유 가격은 1ℓ당 0.94달러다.

수입 멸균우유의 경우 100㎖당 가격은 용량과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00원을 거의 넘지 않는다. 국산 흰우유의 가격이 100㎖당 300원에 육박하고 멸균 우유 역시 200원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수입 우유 관세도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미국산 우유는 올해 관세가 2.40%에서 2026년 1월부터는 무관세가 되고 유럽산 우유 관세는 올해 4.8∼2.5%에서 다음 달에는 2.5∼0%로 관세가 감소한다. 호주와 뉴질랜드산 우유는 각각 2033년과 2034년 무관세가 된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산 원유가격이 비싼 이유는 낙농 농가 수는 많은데 농가당 사육 두수는 적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젖소 사료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국제 곡물가 변동이 곧바로 원유 생산비 상승으로 연결된다.

유업체들이 구매하는 국산 원유가격은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전년보다 4% 이상 변동하면 협상을 통해 조정하게 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까지는 원유의 생산비만 고려해 원유 기본가격을 결정했지만 2023년에 '원유의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해 전년도 생산비와 원유의 사용량을 모두 고려한 협상 기준을 가지고 생산자와 수요자 간의 합의를 통해 원유 기본가격을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유업계는 수요와 무관하게 농가에서 의무적으로 원유를 구입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국내 업체들은 남는 원유를 전지분유와 탈지분유로 만들어 보관(유통기한 1년 이상)하고 빵과 요구르트 등의 원재료로 쓴다. 하지만 이 또한 수입산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가격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유업체들은 설명했다.

국가명 1ℓ당 원유가격
한국 1천246원
일본 1천130원
폴란드 744원
호주 670원
미국 629원

(자료: 낙농진흥회 등)

젖소농가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젖소농가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내 우유 시장, 신선우유가 91%…유업계 "우유는 신선식품"

가격 경쟁력과 긴 유통기간 때문에 멸균우유 수입이 늘어나는데 대해 국내 유업계는 '우유는 신선식품'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우유를 선택할 때 신선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우유자조금위원회가 지난달 전국 소비자 3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우유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우유 구매기준 1순위로 '신선도'를 선택한 비율이 57.7%로 가장 높았다. 1순위로 '가격'을 선택한 비율은 13.8%였다.

실제 국내 오프라인 시장에서 신선우유 비중이 91%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우유 측은 "기본적으로 신선우유와 멸균우유는 별도의 시장"이라며 "맛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우유를 소비하는 고객의 취향 차이가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신선우유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에 멸균우유보다 신선우유를 더 많이 생산하게 된다"며 "국산원유로 만든 우유는 신선우유든 멸균우유든 공정의 차이일 뿐 원가가 동일하기 때문에 국산 멸균우유를 만들어 수입 멸균우유에 대응하는 건 어렵다"고 덧붙였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도 "가격 중심 경쟁보다 앞서야 할 것은 '신선함이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라며 "신선우유와 멸균우유는 서로 다른 상품군이라는 차이를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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