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가 한일해저터넬에 집착한 연대기
고 문선명 총재, 1981년 터널 구상 선포
| 시기 | 주요 사건 및 활동 내용 | 주체 및 관련 인물 |
| 1917년 | 최초의 한일 해저터널 구상 제안 (공사비 8억 엔 추산) | 고이소 구니아키 (일본 육군) |
| 1930년대 | '대동아 종관철도' 구상 본격화 | 일본 군부 및 철도성 |
| 1941년 | 쓰시마섬 지질조사 및 600m 시험 굴착 실시 | 일본 제국 정부 |
| 1981년 | 국제평화고속도로 및 한일 터널 구상 선포 | 문선명 (통일교 총재) |
| 1982년 | 국제하이웨이건설사업단(IHCC) 설립 | 통일교 일본지부 |
| 1986년 | 일본 가라쓰 파일럿 터널 기공 및 1기 공사(210m) | 일한터널연구회 및 IHCC |
| 1988년 | 한국 거제도 일대 보오링 조사 및 지질 분석 | 아세아기술협력회 |
| 2009년 | 재단법인 국제하이웨이재단으로 개편 설립 | 통일교 관련 재단 |
| 2014년 | 쓰시마 이쓰하라마치 조사 사갱 기공식 | 국제하이웨이재단 |
한·일 해저터널은 통일교의 교리적 이상과 일본 내 막대한 자금 수탈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통일교의 44년간 지속된 이 프로젝트는 종교적 숙원을 넘어 한일 양국 정계를 겨냥한 2800억 원 규모의 전방위적 로비 의혹으로 번지며 국가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에 심각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일본 규슈 사가현 가라쓰시의 외딴 해안가에는 40년 넘게 어둠 속에 방치된 거대한 구멍이 있다. 소형 트럭 한 대가 겨우 드나들 수 있는 폭의 이 사갱은 바다 밑으로 고작 547미터(547m)를 파고 들어갔을 뿐이다. 그러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신도들에게 이 어두컴컴한 구멍은 지상천국으로 가는 화합의 문이자 신앙의 결정체다. 10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이 불가능한 프로젝트가 수십 년간 생명력을 유지하며 한·일 양국 정계를 흔든 배경에는 종교적 망상과 정경유착, 그리고 일본 신도들의 고혈을 짜내는 경제적 수탈 메커니즘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통일교가 한·일 해저터널에 집착하는 근본적인 동력은 문선명 창시자가 정립한 '아담과 해와(하와) 국가론'이라는 독특한 교리에서 출발한다. 통일교의 원리강론은 한국을 하나님의 섭리가 시작되는 아담 국가이자 아버지의 나라로, 일본을 이를 보필하는 해와 국가이자 어머니의 나라로 규정한다. 문선명 전 총재는 1981년 11월 10일 서울에서 열린 제10회 국제과학통일회의(ICUS)에서 국제평화고속도로 구상을 발표하며 그 출발점으로 한·일 터널을 지목했다. 당시 그는 역사적인 한·일관계를 극복하고 양국 간에 사랑의 가교를 잇는 평화 터널이 건설되면 진정한 평화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리는 일본 신도들에게 강력한 탕감복귀의 의무를 부과한다. 일본은 과거 식민 지배를 통해 아담 국가인 한국에 큰 죄를 지었으므로, 이를 씻기 위해 물질적 축복을 한국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논리다. 일본 통일교 신도들은 해저터널 1m를 파는 데 3000만 원이 든다는 설명을 들으며 전 재산에 가까운 헌금을 바쳤다. 일본 법원은 최근 통일교 해산 명령을 내리며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동안 일본에서 모금된 헌금이 3조 원이 넘는다고 적시했다. 한 해 평균 3800억 원에 달하는 이 막대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이 '해저터널이라는 미끼 아이템'을 유지하고 정치권을 매수하는 로비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짙다.
신앙이라는 이름의 빨대: 일본발 자금의 블랙홀
경제적 타당성 측면에서 한·일 해저터널은 이미 여러 차례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은 0.1에서 0.4 수준에 불과하다. 1.0을 밑돌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국토해양부 관계자 역시 과거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로 용역을 의뢰했으나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며 논란이 종식되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교가 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 일본 신도들을 조직에 묶어두고 헌금을 걷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이벤트 사업이기 때문이다.
전직 통일교 핵심 간부는 한일 해저터널이 일본 신도들의 헌금을 걷기 위한 빨대였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학자(82) 총재는 자신의 자서전인 '인류의 눈물을 닦아주는 평화의 어머니'에서 공사가 중단된 가라쓰의 해저터널은 아직 어두컴컴하지만 잠시 중단되었을 뿐 결코 포기한 것이 아니며 그 문을 활짝 열어 평화세계를 이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도들은 성경 이사야서의 구절을 인용하며 이 터널이 성서적 예언의 실현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맹목적 신앙은 일본 내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2005년부터 5년간 약 16억 원을 헌금한 한 피해자 가족은 광대한 과수원을 전부 매각해 교회에 바쳤다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통일교의 자금 운용은 교묘했다. 일본에서 거둔 헌금은 효정글로벌통일재단 등을 거쳐 한국의 세계본부로 집결되었고, 이는 다시 TP(참부모) 지시 특별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세탁되어 정치권 로비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에 따르면 2022년 초에만 약 100억 원의 자금이 이러한 경로를 통해 움직였다. 일본 대법원은 최근 신도들에게 강요한 헌금 반환 거부 각서가 무효라고 판결했으며, 도쿄지방법원이 지난 3월 통일교의 행위가 조직성, 악질성, 지속성을 모두 갖추었다고 판단해 해산 명령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유례없는 막대한 피해가 일어났다며 피해 규모가 한화로 약 2000억 원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정치를 매수하려 한 종교 권력
종교적 이상으로 포장된 로비의 촉수는 한국의 여야 정치권을 가리지 않고 뻗어 나갔다. 특히 해저터널의 종착지로 거론되는 부산 지역은 통일교 로비의 주 무대였다. 최근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명품 시계와 현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장관직을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전재수 전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황당한 의혹이지만 나는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공직자의 처신"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통일교 관계자가 전재수 전 장관에게 한학자 총재의 자서전을 전달하고 함께 사진을 찍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통일교 2인자로 불렸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법정 진술은 로비 게이트의 실체를 폭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업무상 횡령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영호 전 본부장은 최후진술에서 교단의 철저한 꼬리 자르기와 증거인멸을 보며 인생이 부정되는 절망감을 느꼈다며 교단의 명령으로 적법하지 못한 행위를 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2022년 행사를 앞두고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도 접촉해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권성동 의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조서에 담기지 않은 행간이 너무 많다며 신문 과정의 문자 외에 맥락이 너무 많다는 묘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경찰은 통일교가 조성한 로비 자금이 약 28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자금은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이나 천주평화연합(UPF) 같은 산하 단체들이 주최하는 각종 포럼과 행사를 통해 정치인들에게 전달됐다. 2018년에 열린 한 행사에는 전재수, 임종성, 김규환 등 여야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한일 해저터널 추진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세계본부 총무처장을 지낸 조 모 씨는 경찰 조사 후 취재진에게 해저터널은 영국과 프랑스가 뚫리듯이 뚫릴 수밖에 없는 평화적 이상이므로 청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적 이상이라는 수사는 뒤편에서 오간 검은 돈의 흐름을 가리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일 해저터널을 부산 경제의 돌파구로 보고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 사안을 부산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로 따져야지 친일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저터널이 개통될 경우 부산항이 일본의 대륙 진출을 위한 단순한 경유지로 전락해 물류 허브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안보 위협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한·일 해저터널이 일본의 정한론을 연상시킨다며, 일본이 얻을 이익은 500인 반면 한국이 얻을 실익은 5에도 못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통일교가 지난 40여 년간 한일 해저터널에 그토록 집착한 이유는 그것이 거대한 종교적 유토피아를 향한 신앙 고백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조직의 재정을 지탱하는 거대한 자금 세탁기이자 권력층에 접근하기 위한 만능 입장권이었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윤영호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통일교 2인자로서 한학자 총재 지시에 따라 범행을 주도했으며 자금력을 이용해 정치세력과 결탁해 공권력을 부정하게 이용했다고 주장한 특검의 공소 사실에 대해, 개인의 일탈을 차단하지 못한 조직의 책임은 있으나 특정 정당 지원 의도는 없었다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민법상 불법행위가 해산 명령의 근거가 된 첫 사례로 기록된 일본의 판결처럼, 한국에서도 종교의 자유라는 방패 뒤에 숨은 부당한 권력 유착의 실체는 서서히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가라쓰의 어두운 터널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평화의 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은폐되어 온 종교 권력의 탐욕과 부패에 대한 사법적 심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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