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무칼라 항구에 하역된 군수물자 대상…"제한적 작전" 주장
사우디·UAE 대리전…'사우디 측' 정부군 "UAE, 24시간 내 떠나라"
UAE "하역 물자에 무기 없어, 사우디 위협한다는 주장 규탄"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차대운 곽민서 기자 김동호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는 예멘 내 분리주의 세력을 또 공습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군 당국은 30일(현지시간) 국영 통신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분리주의 무장 세력에게 흘러갈 무기 수송과 관련해 자국 공군이 예멘 항구 도시 무칼라에 하역된 무기와 전투 차량을 대상으로 '제한적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군 당국은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출발해 예멘에 도착해 하역된 무기들이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습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우디 군 당국은 부수적인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야간 공격을 했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거론한 분리주의 무장 세력은 UAE의 지원을 받는 예멘 민병대인 남부 과도위원회(STC)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지난 22일 푸자이라에 있다가 28일 무칼라에 도착한 세인트키츠 선적 그린란드호를 겨냥해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걸프의 양대 강국인 사우디와 UAE는 친미 진영의 '공식 우방'이지만 내전 중인 예멘에선 서로 다른 세력을 지원하면서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을, UAE는 과거 독립국이었던 남예멘의 부활을 추구하는 분리주의 세력인 STC를 지원한다.
최근 STC가 석유가 풍부한 예멘·사우디 국경 인근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양측간 긴장이 커졌다. 이에 사우디는 지난 26일 STC의 거점을 공습한 바 있다.
AP는 "이번 공격은 UAE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세력인 STC와 사우디 간 긴장이 새 단계로 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는 후티 반군에 맞선 10여년에 걸친 전쟁 과정에서 서로 경쟁하는 진영을 각각 지원해온 사우디와 UAE 관계에 추가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은 이날 분리주의 세력의 영토 장악에 대응해 국가 안보와 공공질서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90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예멘 정부의 실질적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대통령지도위원회의 라샤드 알알리미 위원장은 정부군이 장악한 지역 내 모든 국경 통과를 72시간 동안 금지하고, 사우디가 허용한 경우를 제외하면 공항과 항구 출입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UAE의 군대는 24시간 이내에 예멘을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우디는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UAE가 예멘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밝혔다. 최근 자국 국경 인근에서 이어진 STC의 활동과 UAE를 직접 연관 지어 경고한 것이다.
사우디는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행위는 반드시 대응해야 할 '레드라인'"이라며 "UAE가 예멘 대통령 지도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군대를 철수하고 양국 관계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UAE는 공습 표적이 된 선박에 무기가 실려있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사우디의 군사행동을 비난했다. 다만 사우디를 위협할 의사가 없다며 정면충돌을 피했다.
UAE 정부 대변인 아프라 알하멜리는 엑스(X·옛 트위터)로 성명을 내고 "예멘 내전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UAE가 연루됐다는 어떤 주장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우디 안보를 위협하거나 국경을 겨냥해 군사작전을 펴도록 예멘 측에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알하멜리 대변인은 예멘 무칼라 항구에 하역된 차량은 UAE군이 사용할 용도였다며 "UAE군이 예멘에 주둔하는 것은 정통성있는 예멘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UAE는 형제국인 사우디 왕국의 안보와 안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다"며 "사우디와 항상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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