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은 장발 머리카락 기부 후기입니다.

내용: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남기네요.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2년 넘게 기른 머리를 이번에 자르게 되었습니다. 

자르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자면..

저의 직업은 남자머리를 하는 사람입니다. 

어느날, 장발 고객님 한분 오셔서 저에게 머리를 자르셨습니다.

어느때처럼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빗자루로 쓸다가

문득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명 이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하고 말이죠. 

물론 저도 어른분들의 등쌀에 밀린 것도 있고, 여자친구도 슬슬 자른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에 동조하게 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저도 기부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장발 고객님의 머리를 자르고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잘랐습니다. 

모발 기부는 또 처음이라 모든게 어색하고 서툴렀습니다. 

100% 건조된 모발 상태에서 고무줄로 묶고 잘라야되는 것도 모르고 샴푸 하고 젖어있는 상태에서 잘라버리는 바람에..ㅎ;;;

혼자 드라이기로 계속 말리면서 드는 생각이

’참, 나도 머리카락 관리 잘 못했구나‘ 입니다. 

시술도 정말 많이 하고, 미용사 주제에 관리도 안한 제 머리가 누구한테 도움이 될 순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유난 떠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이젠 시술했던 모발도 기부가 되는 걸로 규정이 바뀐 걸 보며, 

‘그래 그냥 보내보고 필요없으면 알아서 버리겠지..’  

하고 택배에 담았습나다. 다른 분들은 지퍼백에 정성스럽게 포장하셨는데 저는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닌데 용기내서 기부를 해본다는게 마냥 쑥스럽더라구요. 

자르고 초반에는 너무 어색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대충 장발을 치트키 삼아서 옷 대충입어도 뭔가 괜찮아보이고

뭐 없는데 머리 짬매서 묶고있으면 뭔가 있어보이는 그런 느낌은 없어져버려서 일할때 빼고는 밖에를 잘 못나갔습니다….ㅆ

여자친구는 보고 고등학생 같다고 그러더라구요.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습니다..ㅠ

확실히 자르고 나니까 장발일땐 하지도 않던 신분증 검사를 많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귀찮더라구요. 매번 안했어서 편했다가 갑자기 하니까…^^

그래도 후회되진 않습니다. 

제 머리카락이 쓰였는지 안쓰였는지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뭔가 모를 뿌듯함이 너무 크더라고요. 

장발이 지쳐서 자르실 분들, 꼭 기부 한번씩 해보시는 거 추천드립니다. 어려운 소아암 어린이들한테도 도움되고 

한번 인생 살면서 남겨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좀 자라면서 나름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다시 머리를 기를 생각입니다. 

그리고 또 자르게 된다면 또 기부를 할 것 같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