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까지 의사 인력이 최대 1만1136명 부족할 것이라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결론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의대 교수들은 향후 의료 환경에 발맞춘 재추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30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날 추계위는 기초 모형 기준 추계 결과 2035년에는 1535~4923명, 2040년에는 5704~1만1136명의 의사 인력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급 추계 결과는 올해부터 2040년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기초 모형과 시나리오 분석을 포함해 도출했다.
논의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변화 등도 반영됐다. 추계위는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변화와 근무 일수 변화 등 미래 의료 환경 변화를 적용할 경우 수요는 2035년 13만7545명, 2040년 14만8235명으로 추정했다.
김태현 수급추계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후 열린 브리핑에서 "AI 같은 경우 이미 어느 정도 의료 현장에 쓰이고 있다는 견해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있어 반영 여부에 대해 여러 위원들 간에 상당히 다른 의견이 있었다"며 "얼마나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근거 자료가 충분치 않아 부득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수급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2027년 이후 의과대학 정원 규모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수급 추계 결과를 존중해 보정심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의대 정원에 대해 심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수급추계와 의대 정원을 둘러싼 논쟁이 반복되는 것에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한 사립대 의대 교수 A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며 "과거의 의료 소비 패턴과 기술을 근거로 2040년 의사 수를 추계하는 것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 과거로 회귀하자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A 교수는 "현 정부 수반이 실용성을 중시하는 대통령으로 바뀌었음에도 복지부 관료들의 주장은 전 정부와 다를 바 없어 한탄스럽다"고 전했다.
향후 의료 환경의 변화에 따른 재추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국립대 의대 교수 B씨는 "모든 제도 변화를 시나리오에 담아 여러 시나리오를 마련해 이에 맞춰 추계해야 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AI를 포함한 각종 기술 변화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그때마다 추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논의는 국민이 얼마나 아프고, 10년 전 대비 의료비가 얼마나 증가했으며, 노령사회 진입 시 의료비가 더 늘어날 테니 의사가 더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시나리오가 변화한다는 가정이 전혀 없다. 논의 자체가 불합리한 전제를 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낸 추계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정부 인사가 포함되지 않은 15명 이내의 전문가로 꾸려졌고, 이 중 8명은 의료 공급자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채워졌다. 그럼에도 추계위가 의사 부족 결론을 도출하면서 의사 단체들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추계위는 과학적 모형을 표방하나 그 실상은 의료 현장의 본질적 변수를 배제한 자의적 상수 설정에 의전하거 있다"며 "부실한 데이터에 근거해 의대 정원 확대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타당성이 결여된 성급한 판단이며 정책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입장문을 내고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가정에 따라 결괏값이 크게 달라지므로 타당성을 확보하라'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취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라며 "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교육 여건의 심도 있는 고려 없이 단순히 숫자만 맞추는 식의 논의는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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