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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권진아의 연말 콘서트 ‘디스 윈터 : 베스트 위시스’(This Winter : Best Wishes)가 24~28일 5일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시즌 콘서트가 아니라, 6년 전 첫 단독 공연을 열었던 무대로 다시 돌아와 그 사이의 시간을 목소리로 증명하는 자리였다.
이번 공연은 ‘회귀’와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품고 있었다. 무대는 화려함을 걷어내고 빛으로만 감싸졌고, 그 안에는 권진아와 트리오 세션만이 자리했다. 권진아는 “이 공연장에서 6년 전에 첫 단독 공연을 했다”며 “처음 단독 콘서트를 했던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공연은 자연스럽게 목소리에 집중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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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도는 첫 곡부터 분명했다. 커튼이 오르자 권진아는 반주 없이 ‘나의 모양’을 불렀다. 담담히 가사를 읊조리는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고, 사운드는 그라데이션처럼 천천히 쌓였다. 첫 공연에서 마지막에 배치됐던 곡을 이날은 첫 곡으로 꺼낸 선택 역시 의미심장했다. 6년 전의 출발점이자, 지금의 권진아를 만든 노래로 공연의 문을 연 셈이다.
‘위로’에서는 절제된 보컬의 힘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차분한 읊조림과 허밍, 채우기보다 비우는 선택 속에서 악기와 목소리는 균형을 이뤘다. 이어진 ‘뭔가 잘못됐어’에서는 파워풀한 보컬로 감정을 밀어 올리며, 권진아가 지닌 에너지의 폭을 분명히 보여줬다. 공연 초반부는 그의 기본기와 표현력이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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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점차 온도를 높여갔다. ‘숨바꼭질’과 ‘오늘 뭐 했는지 말해봐’에서는 가사 전달력에 집중했고, ‘그날 밤’에서는 밴드 사운드를 더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이어진 무대는 자연스럽게 호흡을 공유하는 공기를 만들었다.
어쿠스틱 기타를 직접 들고 선 ‘이런 식’과 ‘밤’은 이날 공연의 감정적인 정점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부른다”는 권진아의 말처럼, 곡에는 시간이 쌓아 올린 깊이가 배어 있었다. 이어진 ‘유 얼레디 해브’에서는 밝은 밴드 사운드와 청명한 고음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고, 일렉 기타 연주까지 더해지며 또 다른 얼굴의 권진아를 드러냈다.
데뷔 타이틀곡 ‘끝’은 여전히 셋리스트에서 빠질 수 없는 곡이었다. 피아노 반주 위에 얹힌 담백한 보컬은 감정을 차분히 정리하며 무대의 흐름을 단단히 잡아줬다. 이어진 ‘재회’에서는 후반부로 갈수록 겹겹이 쌓이는 보컬 하모니가 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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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콘서트다운 장면도 이어졌다. 루돌프 머리띠를 쓴 채 객석 앞으로 내려온 권진아는 ‘이번 겨울’, ‘더 크리스마스 송’, ‘라스트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캐럴 메들리를 선보였다. 공연장은 잠시 뉴욕의 작은 재즈클럽으로 변했고, 크리스마스의 온기가 자연스럽게 번졌다. 특히 바이브레이션을 길게 이어가는 순간에는 감탄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후반부 무대는 한층 자유로웠다. ‘화이트 와인’에서는 달콤한 보컬과 밴드 사운드가 어우러졌고, ‘원더랜드’에서는 사랑스러운 음색과 가벼운 몸짓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파 어웨이’에서는 무대를 오가며 관객과 직접 호흡했고, 보컬 난이도가 높은 ‘러브 앤 헤이트’ 역시 기타 연주와 함께 돌고래 고음까지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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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메시지는 후반부 멘트에서 또렷해졌다. 권진아는 “6년 전에는 시키는 것만 하던 시기였다”며 “돌이켜보니 잘 성장했구나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날”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걸어온 날보다 걸어갈 날이 더 많은 만큼 열심히 하겠다”며 “여러분에게 큰 의미가 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 곡 ‘스물’은 그 고백을 마무리하는 노래였다. 17세에 무대에 섰던 과거와 서른을 앞둔 현재의 시간이 겹쳐졌다. “서른 넘어 환갑까지, 그날까지”라는 말은 농담처럼 던졌지만, 긴 여정을 향한 다짐처럼 들렸다.
이번 공연은 권진아가 어디서 출발했고, 어디까지 와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를 또렷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6년 전 첫 단독 공연을 열었던 삼성홀에서 그는 성장의 결과를 증명했고, 그 증명은 화려함이 아닌 목소리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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