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판매 부진이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실적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 엘앤에프(L&F)는 최근 공시를 통해 테슬라와 체결한 공급 계약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23년 2월 체결된 계약 금액은 3조8300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이행된 금액은 973만원 수준에 그쳤다. 이는 계약 금액 기준으로 약 99%가 줄어든 셈이다. 회사 측은 공급 물량 변경에 따른 계약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계약 물량은 사이버트럭에 4680 배터리용 고니켈 양극재였다. 당초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공급이 예정돼 있었지만 차량 개발 일정이 여러 차례 지연됐고 출시 이후에도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납품 물량이 극히 제한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사이버트럭 대신 모델3, 모델Y 등 기존 주력 차종으로 수요가 쏠린 점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축소·폐지 가능성, 글로벌 금리 환경,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등 거시적 변수도 계약 축소 배경으로 거론된다. 전기차 제조사의 생산 전략 변화가 소재·부품 기업 실적 변동성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엘엔애프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과 배터리 수급 환경 변화로 일정이 조정되면서 계약 변경이 불가피했다"며 "주력 고니켈 제품의 고객사 공급이나 출하에는 변동이 없으며 국내 주요 배터리 셀 제조사에 대한 공급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가는 이번 계약 축소가 엘앤에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30일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향 공급 계약은 사실상 샘플 수준의 물량을 끝으로 정리됐으며 계약 금액 조정은 테슬라의 공급망 운영과 생산 전략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이버트럭에 탑재되는 4680 배터리용 양극재 직공급 계약은 그간 발생한 샘플 물량 이후 종료됐다"며 "최근 해당 계약을 통한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만큼 계약 종료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 주가는 변동성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장마감 기준 전 거래일 대비 9.85% 하락한 9만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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