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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 체계와 집행 관행상 실제 영업정지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소비자 집단분쟁조정 절차가 본격화하면 보상 규모는 최대 4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3370만명에 피해보상 가능성…최대 4조 웃돌아
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에는 현재 피해자 50명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해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다음 달 중 개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집단분쟁조정은 접수 이후 최대 60일 이내에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데, 사안의 복잡성 등을 이유로 보류될 경우 최장 120일까지 소요될 수 있다. 조정개시가 결정되면 사실조사 후 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조정 결정을 내리게 된다.
주목할 점은 집단분쟁조정이 개시될 경우 피해자가 별도로 추가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 전원에 대해 같은 보상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도 권고안을 통해 1인당 10만원씩, 약 2300만명에 달하는 전체 피해자에게 동일한 보상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른 피해보상액은 총 2조 3000억원 규모다.
다만 이는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안으로 SK텔레콤이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조정 결정 내용에 대한 수락 여부를 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이르면 이번 주중 SK텔레콤이 수락 여부를 밝힐 전망으로 권고안 수락 땐 재판상 ‘화해’와 같은 법적 효력을 갖지만, 불응한다면 조정이 불성립돼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가 안팎에선 쿠팡 역시 SK텔레콤 사례와 유사한 일정과 권고안이 도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넥슨 사건’도 쿠팡 사태의 분쟁조정 심의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소비자원은 지난해 9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아이템 확률 임의 조정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전원에게 동일한 보상을 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는 2007년 집단분쟁조정 제도 도입 이후 첫 전원 보상 사례이자, 역대 최대 규모인 219억원의 보상액이 확정된 케이스다.
업계에서는 보상 방식과 규모를 둘러싼 피해자와 쿠팡 간 조율을 최대 변수로 꼽는다. 소비자 측은 1인당 12만원 수준의 현금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쿠팡 측이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명 전체를 보상 대상으로 볼 경우, 총 피해보상 규모는 4조원을 웃돌게 된다.
쿠팡의 경우 무료 이용자와 유료 멤버십 이용자가 혼재돼 있고, 거래 구조도 SK텔레콤과 달라 보상 기준 설정이 더욱 복잡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쿠팡이 전날 자체 보상안(피해자 전원에게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 지급)을 미리 내놓은 점도 조정 과정에서 참작 사유로 고려될 수는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영업정지 가능성↓…과징금 5천만원에 그칠수도
행정 제재 측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자체는 개인정보보호법 소관으로,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재산상 피해 발생과 피해 회복(시정명령) 미이행 등 추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자상거래법 제34조에 따르면 영업정지는 시정명령을 반복적으로 위반했거나, 시정조치만으로는 소비자 피해 방지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부과할 수 있다. 또 영업정지가 오히려 소비자와 시장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이를 갈음해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안처럼 위반 행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매출액이 없거나 매출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과징금 상한이 5000만원으로 제한돼, 제재 수위가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형 플랫폼에 대해 전면 영업정지가 내려진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현실적인 제약 요인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도 지난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영업정지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면 그것에 갈음해서 과징금을 처분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영업정지 변수와 최대 수조원대 보상 가능성까지 겹치며 쿠팡은 당분간 복합적인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사태가 국내 대형 플랫폼의 개인정보 보호 책임과 소비자 구제 기준을 가르는 중대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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