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狂令秘史: 명성왕후의 재림⑫독』3억 7천만 냥의 아귀도(餓鬼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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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狂令秘史: 명성왕후의 재림⑫독』3억 7천만 냥의 아귀도(餓鬼道)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30 18:55: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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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더 삽화=최로엡 ai화백

 2025년 12월 30일, 고려의 수도 개경에는 살을 에듯 차가운 눈발이 흩날렸다. 기중민 사정관이 이끄는 특검이라는 이름의 형조(刑曹)는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비늘처럼 촘촘한 수사 결과를 세상에 내놓았다.

서대문 석실의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던 폐주(廢主) 대윤(大尹)은 사정관의 목소리가 담긴 서찰을 전해 듣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사정관은 대윤과 황비 희건(希建)을 향해 ‘정치적 혈맹(정치 공동체)’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황비가 공직을 미끼로 챙긴 금품이 무려 3억 7,725만 냥에 달하며, 그 권력의 원천은 오직 대윤의 옥좌에서 나왔다는 선포였다.

대윤은 벽을 치며 울부짖었다.

“그깟 은자와 보석이 나라를 흔들었단 말이냐! 사정관 놈들의 수준이 낮아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그는 여전히 자신이 내린 12.3의 광령(狂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믿으며, 석실 안에서도 지지자들에게 ‘애국심에 감사한다’는 옥중 서신을 띄우는 망상에 빠져 있었다.

황비의 비밀 보석함: 금거북이와 환상의 목걸이

특검의 칼날이 파헤친 황비 희건의 비밀 창고는 가히 ‘현대판 매관매직’의 전시장이라 불릴 만했다. 황비의 보석함에서는 세상을 놀라게 할 기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느 거상(巨商)이 사위의 벼슬 자리를 부탁하며 바친 1억 냥 상당의 반클리프 아펠 보석 목걸이와 귀걸이, 교육을 관장하는 대신의 자리를 탐낸 자가 바친 265만 냥의 황금 거북이,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란의 비극을 이용해 주가 조작으로 불린 검은 돈들이 줄줄이 엮여 나왔다. 여기에 로봇 개를 부리는 장사꾼이 바친 수천만 냥의 명품 시계 바쉐론 콘스탄틴과, 이국에서 온 목사가 건넨 디올 가방까지.

황비 희건은 이제 검은 코트에 마스크를 쓴 채 피고인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헌정사상 최초로 황제와 황비가 동시에 옥에 갇히는 참람(慘濫)한 광경을 지켜보는 백성들은 탄식했다. 그것은 사랑의 증표가 아니라, 권력을 나누어 먹은 아귀(餓鬼)들의 잔치였음이 증명된 것이다.

척족의 몰락과 홍한 대감의 입건

대윤의 충직한 사냥개이자 ‘원조 척족’으로 불리던 홍한 대감(홍한윤 의원) 역시 역사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특검은 황제 부부의 거처인 관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면허조차 없는 무자격 업체 ‘21그램’을 영부인의 ‘개인적 취향’으로 낙점하도록 압력을 넣은 배후로 홍한 대감을 지목하고 그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여사님의 업체에 특혜를 주라”는 명을 수행한 공무원들은 이미 포승줄에 묶였고, 그 윗선인 홍한 대감의 목전에도 형조의 칼날이 닿았다. 한때는 권력의 심장부를 지키던 장수들이었으나, 이제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흩어지는 낙엽 같은 신세가 되었다. 여기에 진건법사 배성전과 통일교라는 무속과 종교의 그림자까지 특검 수사 결과에 적시되면서, 대윤의 정권은 이성과 법치가 아닌 주술과 탐욕으로 지탱되던 사상누각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명재(明財)의 시대와 변동불거(變動不居)의 겨울

용산성의 주인은 바뀌었다. 새로운 군주 ‘명재(明財)’는 과거 보수 진영의 여전사라 불리던 훈혜 전 의원을 재정 대신으로 지명하는 파격을 선보이며 조정을 재편했다. 그러나 명재의 수족들 역시 아들의 취업 특혜와 배우자의 갑질 의혹으로 몸살을 앓으며, 권력의 속성은 바뀌지 않는다는 씁쓸한 교훈을 남겼다.

2025년의 끝을 알리는 사자성어로 ‘세상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변한다’는 뜻의 변동불거(變동不居)가 선정되었다. 경북의 산들이 불타고 지역의 신공항 사업이 동력을 잃어가는 동안, 백성들은 한때 나라를 호령하던 부부가 차가운 법정에서 뇌물죄와 내란죄로 재판받는 모습을 보며 분노와 허무를 동시에 느꼈다.

 대윤은 석실 창살 틈으로 스며드는 찬 바람을 맞으며, 한때 자신의 손바닥에 새겨졌던 ‘왕(王)’자를 다시 한번 문질렀다. 그러나 그 문양은 이제 씻기지 않는 오욕의 낙인이 되어 있었다. 고려의 역사는 이 122일간의 광기와 그 후 1년의 단죄를 ‘사유화된 권력의 처참한 황혼’이라 기록할 것이다.

광령(狂令)의 밤은 그렇게 저물고, 진실을 요구하는 백성들의 촛불이 얼어붙은 개경의 밤하늘을 조용히 밝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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