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위·특혜 의혹과 논란에 책임을 지고 30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 배우자가 동작구의회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과 강선우 의원과 녹취에서 공천헌금 1억원 의혹 등은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즉각 윤리감찰단 진상 조사를 지시했으나 야권에서는 특검 수사 사안이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여당 원내대표의 사퇴로 인해 개혁 동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초부터 통일교 특검과 2차 종합특검, 법왜곡죄 신설 등 굵직한 개혁 입법을 밀어붙여야 하는 데다 지방선거까지 앞둔 상황에서 일시적이더라도 원내 사령탑의 부재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병기, 비위의혹에 원내대표 전격사퇴…"국민 눈높이 못미쳐"
전날까지만 해도 유임 무게…배우자 법카 의혹·1억 공천헌금 결정타
김병기 원내대표는 30일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김 원내대표는 △박대준 쿠팡 전 대표와의 국정감사 전 고가 점심 △대한항공의 160만 원 상당 호텔 숙박권 및 며느리·손자 의전 제공 △지역구 내 종합병원의 장남 진료 특혜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국정원 근무 장남의 업무 도움 △차남의 예비군 훈련 연기 신청 지시 등 여러 의혹과 논란이 불거지며 국민의힘은 물론 범여권과 당내 일각, 일부 진보 성향 언론에서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박범계 의원은 "해명으로 넘어갈 사안인지, 용단이 필요한 사안인지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했고, 박주민 의원은 "당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당내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당장 사퇴하기보다는 자리를 지킬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 원내대표가 여러 의혹과 논란에 대해 '사실무근', '전직 보좌관의 악의적 제보'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사퇴설을 일축해 왔기 때문이다.
또, 원내사령탑 공백이 생기면 각종 개혁 입법 추진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현실적 문제도 거론됐다. 민주당은 내년 1월 통일교 특검과 2차 종합특검(내란·김건희·해병대원), 사법개혁, 민생법안 등을 처리해야 한다.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전날 "일단은 해명과 사과에 더 방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의혹과 강선우 의원과의 녹취록이 터지자 결국 사퇴에 이르렀다.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의혹…경찰 "김병기 의혹 수사 중"
김 원내대표의 배우자 이예다씨는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업무추진용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26일과 29일 김 원내대표 배우자가 김 원내대표 지역구(서울 동작) 구의회 부의장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파일에는 전 구의회 부의장 조 모 씨와 김 원내대표 배우자 이 씨, 김 원내대표 보좌진, 김 원내대표와 보좌진 간에 대화가 담겼다.
보도에 따르면 조 씨는 김 원내대표의 당시 보좌진과 통화에서 "계산을 다 뽑았다. 7월 12일부터 (김 원내대표) 사모님이 쓴 게 8월 26일까지더라고"라고 했다. 조 씨는 "7월 12일 날 (카드를 김 원내대표 배우자에게) 바로 드렸거든"이라며 "제가 쓴 게 118만 원, 사모님이 쓴 게 270(만 원) 정도 된다"고 했다.
뉴스타파는 이날(29일) 김 원내대표의 추가 육성 녹음 파일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2년 8월 28일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는 보좌진 A 씨에게 "부의장 업추비 카드를 안사람이 쓴 것 같다. 조 씨가 '이거 카드 다 쓰라'고 해서 우리 안사람이 누구 만날 때 썼나 보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직원으로부터 '배우자의 업추비 유용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직원과의 통화에서 "(식당에) 직접 가서. 혹시라도 누가 물어보면, 의원에 대한 거 일절 제공하지 말아라. 그런 얘기를 해 둘 필요가 있을까"라고 했다.
야권에서는 추가 의혹도 제기됐다.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병기 배우자가 조진희 전 서울 동작구의회 부의장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빼앗아 사용한 것이 2022년도 외에, 2020년 조진희가 동작구의회 의장을 맡았을 때에도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조진희는 2020년도에 동작구의회 의장을 지낸 사람"이라며 "그가 의장이 되는 과정이 매우 비상식적이었고, 김병기 배우자 법카 상납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전 의원은 당시 초선 구의원이었는데, 매우 이례적으로 제8대 동작구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며 "이는 당시 김병기 민주당 동작갑 지역위원장의 노골적인 의장 만들기 작업의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이 동작경찰서·영등포경찰서·서초경찰서 등 여러 곳으로 나뉘어 제출되면서 서울경찰청이 사건을 직접 수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김 원내대표 의혹과 관련해) 새롭게 고발되는 것들이 있다"며 "진행 중인 수사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강선우 1억 공천헌금 녹취록 결정타…정청래, 윤리감찰 조사 지시
여기에 지난 29일 공천 관련 1억 원 수수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사퇴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MBC는 3년 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강선우 의원이 김경 서울시의원이 준 1억원을 지역 보좌관이 받아 보관한 문제를 공관위 간사였던 김병기 원내대표와 상의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등장한 녹취에서 김병기 원내대표는 강선우 의원에게 "(1억원 수수는) 법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나중에 도덕적인 책임, 공관위 전체에 대한 신뢰성, 당에 대한 문제, 어마어마한 문제가 걸려버린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강 의원은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며 김 의원에게 "저 좀 살려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다만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민주당은 김경 현 의원을 강서구 서울시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했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에도 다음날 민주당은 김 시의원을 강 의원의 지역구(강서구)에 단수 공천했다. 이로인해 김 원내대표가 강 의원 측의 금품 수수 정황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청래 당 대표는 강선우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단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0일 비공개 최고위 이후 브리핑에서 "김경 시의원도 조사 과정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국혁신당 "김병기 사퇴 만시지탄…강선우도 입장 표명해야"
범여권은 김병기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 사태에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가선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30일 논평에서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전격 사퇴했다. 최근 불거진 여러 의혹에 대한 입장 표명으로, 만시지탄"이라고 평했다.
한 대변인은 "함께 거론된 강 의원도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며 "만일 강 의원이 장관이 된 뒤 이 일이 터졌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고 했다.
이어 "이 사안은 두 의원 비리 의혹에만 그치지 않는다"며 "내란 세력에게 반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 가방과 시계, 목걸이, 금 거북이를 뇌물로 주고받은 저들을 비난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독재 시대에나 있던 돈 공천이 웬 말인가. 그런 문제가 됐는데도 해당 시의원은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며 "이는 특정 정당 강세지역에서 공천만 되면 당선되는 현행 지방자치제의 한계 때문"이라고 짚었다.
국힘 "의원직 사퇴하고 수사 임해야"…강선우 뇌물 혐의로 경찰 고발
국민의힘은 김병기 원내대표가 의원직도 함께 내려놔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이미 개인 차원의 논란을 넘어섰다"며 "배우자의 구의회 법인카드 유용 의혹, 차남의 가상자산 거래소 취업 특혜 의혹, 장남의 국정원 업무에 국회 보좌진을 동원했다는 의혹까지 하나같이 권력의 사적 남용을 의심케 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원내대표는 의원직에서 즉각 사퇴하고,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성실히 수사에 임해야 한다"며 "더는 책임을 미루지 말고 법의 판단을 받으시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이번 사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민주당 전반에 퍼진 도덕 불감증이 낳은 결과"라며 "민주당은 무너진 도덕성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선우 의원을 향한 압박도 강화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주당 하청 특검인 민중기 특검이 수사했더라도 차마 김병기·강선우는 구속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김병기 씨가 민주당 원내대표를 그만두든 말든 중요하지 않다. 공관위에서 공천 대가로 돈을 받은 이상 민주당 전체가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개혁신당 정이한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도덕적 파산은 이미 구제 불능 수준"이라며 "국가정보원과 보좌진을 사병처럼 부린 '권력 사유화'도 모자라 지방선거 공천장마저 돈 봉투와 맞바꾸는 '매관매직'이 판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김병기·강선우 두 의원에게 필요한 것은 직책 사퇴나 변명이 아니라 수사"라며 "꼬리 자르기로 몸통을 숨길 생각 말라. 두 사람은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고 자연인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출석해 '공천 장사'의 전모를 이실직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을 향한 경찰 수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강 의원과 김병기 원내대표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김 전 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 의원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고발했고, 김병기 원내대표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액의 금품이 오간 정황에도 단수 공천을 강행한 것은 공정한 선거 문화를 훼손한 중대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배우자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관련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불편하더라도 김 대표의 육성 녹음을 들어봐 달라"고 적었다.
그는 "특검은 권력 때문에 잡범 수사가 안 될 때 하는 것"이라며 "김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분명한데도 경찰은 무혐의 처리했고, 이재명 정권 하에서 검찰은 무력화됐다. 김병기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김병기·강선우 즉각 제명", 참여연대 "지방선거 개혁"
시민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0일 성명을 내고 "강선우 의원이 보좌진의 금품 수수 행위를 사후에 인지했으며 즉각 반환을 지시했다고 밝히며 이번 사안이 보좌진 개인의 차원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하고 있으나 설령 보좌관의 독단적인 행위였다 하더라도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보좌진 관리 책임과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윤리적 책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강 의원이 즉각적 신고나 엄정한 공천 배제 검토 등 공적인 후속 절차를 검토하기보다 금품 제공자의 연락과 그로 인한 상황적 압박을 동료 의원과 상의하는 데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 김병기 의원 역시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뒤 '안 들은 것으로 하겠다'며 적절한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명확히 소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김병기 의원과 강선우 의원의 즉각 제명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은 김병기 의원이 금품 공여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조치를 취했더라면 김경은 시의원이 되기는커녕 수사를 받았을 것"이라며 공천 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어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공천만 하면 당선이 당연시되는 거대 양당에 유리한 선거제도 때문"이라며 "제 정당은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마련하고 국회는 지방선거제도 개혁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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