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 국면에서 친명(親이재명)계 후보들과 친청(親정청래)계 후보들 사이 대립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후보 합동토론회에선 친명계로 꼽히는 유동철·이건태·강득구 후보와 친청계로 꼽히는 문정복·이성윤 후보 간에 재차 신경전이 불거진 것.
친청계 후보들이 "당청갈등은 없다"고 강조하자, 친명계에서는 즉각 "(당청 간) 엇박자가 있었단 것도 사실"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양측은 이재명 대통령의 간판 정책인 기본소득이나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상황을 서로에게 캐물으며 이른바 '찐명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鄭 지도부, 당청관계 긴밀" vs "엇박자는 사실"
현 정청래 지도부 하의 '당청관계' 평가에서부터 대립구도가 생겼다. 먼저 친청계 문정복 후보는 "당청관계가 불편한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4개월 동안 당대표 옆에서 그걸 지켜본 사람"이라며 "지금 당청관계는 물샐 틈 없는 강력한 공조를 가지고 있다", "정 대표는 대통령과 아주 긴밀한 관계를 갖고 계시다"고 자신했다.
역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후보도 "많은 분들이 당청(당·청와대), 명청(이재명·정청래) 이렇게 말하는데 당청갈등은 일체 없다"며 "정 대표는 2주 전 대통령실과 만찬 간담회를 하고 '대통령과 정말 바늘구멍 만한 빈틈도 없다. 놀랄 정도로 의견이 일치했다'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동감을 표했다.
그러나 친명계 이건태 후보는 "당청 간의 갈등은 없다"면서도 "다만 대통령이 외교일정을 소화할 때 그걸 다소 시차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한 엇박자가 있었단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니) 저희가 소통채널을 강화해서 보완하고 더 강한 원팀을 만들어야 되는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 후보들은 앞서 최고위원 출마를 시사하면서 일제히 '당정관계 강화'를 키워드로 천명한 바 있다.
유동철 후보는 이에 더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 "당청갈등이란 있을 수도 없다"면서 "당청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치게 만드는 분들이 오히려 더 문제가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유 후보는 앞서 부산시당위원장 보궐선거 '컷오프' 사태에서부터 정청래 지도부에 날을 세웠고, 출마선언 단계에선 지도부를 겨냥 "당원들은 의심하고 우려하고 있다"고 이미 비판한 바 있다. (☞ 관련 기사 : 與최고위 보선 '명청 대결'?…친명 유동철, 출마선언서 '정청래 때리기')
이성윤 '내란세력' 발언 논란…"최고위원 자격 없다" vs "보수언론 뒤에 숨은 세력 있어"
유 후보는 이어진 주도권 토론에선 지난 합동연설회에서 이성윤 후보의 '지도부를 흔들면 내란세력' 발언을 겨냥해 "비판과 대안 제시는 우리 민주당의 기본적 운용 원리다. 이를 내란세력이라 규정하는 건 '입틀막'"이라며 "(최고위원 후보직을) 사퇴할 생각 없나"라고 재차 압박했다.
이에 이성윤 후보도 "지도부를 흔드는 것과 지도부를 비판하는 건 다르다", "사실도 없이 맹목적으로 당과 대통령실을 이간질 시키는 세력에 대해서 제가 경고를 한 것"이라고 강하게 맞받으며 양측의 갈등구도는 더욱 두드러졌다. 유 후보가 "어떤 상황을 말하는 건가"라고 다시 묻자 이 후보는 "보수언론 뒤에 숨어서 내란 세력이 바라는 것처럼 우리 민주당이 분열되는 걸 바라는 그런 세력"이라고 쏘아붙였다.
유 후보는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고 말하는 건가. 언론이 그런 프레임을 만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지만, 이 후보는 재차 "언론의 뒤에 숨어서 우리당의 분열을 바라는 내란세력과 같은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는 "아주 궁색한 변명"이라며 "(이 후보는) 여전히 최고위원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친명 대 친청의 '찐명 경쟁'?…"기본소득 아시는가" vs "체포동의안 때 뭐했나"
유 후보는 또 문 후보에게는 "지난 연설회에서 '친명의 가장 맨 앞자리에 서 있다'고 말하셨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정치적 지향 가치인 기본사회·기본소득의 철학을 뭐라고 생각하는가" 묻고, 문 후보의 답변을 듣고는 "이 대통령께 기본사회·기본소득에 대해 좀 더 말씀을 들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부산시당위원장 '컷오프' 사태로 문 후보와 갈등을 빚은 유 후보는 문 후보의 '친명' 발언에 "본인이 친명이라고 말하는 것이 낯 뜨겁지 않나"라고 비판해 '명청갈등'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이날 발언 역시 '기본사회 설계자'란 평가를 받고 있는 유 후보가 이를 통해 문 후보의 '친명 발언'을 비꼬듯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청계에서도 역공이 이어졌다. 문 후보는 강득구 후보를 겨냥 "21대 때 우리 이재명 당대표에 대해 체포동의안이라는 아주 엄혹한 시기가 있었다", "(당시) 저는 비대위 전환을 도모하는 분들에 맞서서 연판장을 돌리며 비대위를 막았다"며 "헌데 제 기억엔 그 당시 강 후보가 저희와 보조를 맞췄다든지 저희와 함께 했다든지 하는 기억이 없다"고 공세를 폈다.
강 후보는 이에 "나는 이낙연 대표가 이재명 의원을 공격했을 때 가장 앞장 서서 싸웠던 사람"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문 후보가 "그때가 아니다"라며 "저는 그날 밤 기억이 너무 선명하다"고 다시 지적하자, 강 후보는 "이런 식으로 사람을 왜곡하고 이러는 게 맞는 건가", "이재명이 힘들 때 모든 걸 걸고 함께 했다. 그런 걸 왜곡하거나 가짜뉴스 이런 건 (안 된다)"라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인 1표제' 두고도 신경전…친명, 친청 겨냥 "본인들만 1인 1표제 주장? 왜곡"
정 대표의 간판 공약으로, 앞서 당내 친명계와 정청래 지도부 간 엇박자가 불거진 계기였던 '1인 1표제' 시행을 두고도 양측은 대립했다. 친청계 후보들은 '최고위 보선 직후 1인 1표제 재추진'을 공통적인 공약으로 걸고, 이날 발언에서도 "최고위원이 되면 즉시 당원 1인 1표제를 추진한다"(이성윤)는 등 이를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친청계 측이 1인 1표제 '찬반'으로 친명계 후보들을 압박하자, 친명계 측에선 "본인들만이 1인 1표제를 주장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부당하다"고 맞섰다. 이건태 후보는 문 후보가 본인 주도권 토론 시간에 '1인 1표제를 언제부터 적용하실 생각인가' 묻자 이같이 말하며 "1인 1표제에 찬성하고 최고위 보선이 끝나면 즉시 추진하는 데에도 찬성한다", "(다만) '당원들의 의사를 물어서 배려해야 된다, 보완책은 마련해야 된다'고 각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친명계로 꼽히는 이언주 최고위원과 이건태·강득구 후보 등은 1인 1표제 부결 사태 당시 △전략지역 배려, 대의원 역할 등 대안 부재 △당원 의견수렴 절차 미흡 등을 들어 속도조절론을 편 바 있다. 문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전략지역가중치, 대의원역할다각화 등 대안을 본인 공약에 포함하고 있자, 이 후보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치 본인들만의 주장인 것처럼 말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강 후보는 본인 주도권 시간이 주어지자 같은 친명계 유 후보에게 "1인 1표제에 찬성하나 반대하나" 묻고, 유 후보가 "원론적으로 찬성한다"고 답하자 "여기 다 1인 1표제에 찬성한다"며 "마치 의원들 중에서 1인 1표제에 반대하는 것인 양 그렇게 프레임을 만드는 분들이 있다"고 상대 진영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이어서도 "이런 프레임은 그야말로 당원들을 모독하는 것이고 의원들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 양상을 살펴 보면, 결국 1인 1표제를 둘러싸고 친명계(유동철·이건태·강득구)와 친청계(문정복·이성윤)라는 진영이 선명하게 갈라진 격이다. 앞서 이번 최고위 보선을 두고 '명청 대결' 프레임이 이어지면서 당 지도부와 후보들은 '명청대결은 없다'는 취지로 계파 분화를 공식적으로 부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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