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음악이 흐르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발을 구르거나 고개를 흔들지 않아도 예외는 아니다. 눈 깜빡임처럼 의식하지 못하는 행동조차 박자를 따라 움직인다. 다만 조건이 있다. 음악에 주의를 기울일 때만이다.
눈 깜빡임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멈추기도, 의도적으로 맞추기도 쉽지 않다. 그런 미세한 움직임이 음악의 리듬에 반응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인간이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여준다.
이 연구는 중국과학원 소속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결과는 국제학술지 'PLOS Biology'에 게재됐다.
◆ 멜로디보다 중요한 것, '안정적인 박자'
연구팀은 음악 비전공자인 성인 100여 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일정한 템포의 서양 고전 음악을 듣는 동안 눈 움직임과 눈 깜빡임, 뇌파를 측정받았다.
분석 결과, 참가자들의 눈 깜빡임은 음악의 박자와 같은 주기로 반복됐다. 음악을 거꾸로 재생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익숙한 멜로디나 음악적 구조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박자 자체가 눈 깜빡임을 이끌어낸 것이다.
멜로디가 없는 단순한 반복 음을 들려준 실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음악보다 동조 정도는 다소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다. 연구팀은 눈 깜빡임 동조에 필요한 최소 조건은 '음악성'이 아니라, 안정적인 리듬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뇌파 활동 역시 음악의 박자에 맞춰 정렬됐다. 눈 깜빡임이라는 작은 움직임과 신경 신호가 같은 시간 구조를 공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 음악에서 시선을 떼면, 동조도 멈춘다
연구팀은 음악과 무관한 과제를 제시해 반응을 비교했다. 참가자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화면에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빨간 점을 탐지해야 했다. 이 조건에서는 눈 깜빡임의 박자 동조 현상이 사라졌다. 점이 박자에 맞춰 나타나는지 여부도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대로, 음악과 관련된 과제를 수행할 때는 눈 깜빡임 동조가 뚜렷했다. 박자에 잘 맞춰 깜빡인 참가자일수록 과제 정확도도 높았다. 리듬에 대한 주의가 인지 처리 전반을 끌어올렸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청각-운동 동조'로 설명했다. 음악을 들으면 청각 정보가 운동 조절 회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개념이다. 이번 연구는 이런 동조가 의식적인 움직임을 넘어, 눈 깜빡임 같은 비자발적 행동에서도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참가자 전원이 비전공자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연구팀은 이 반응이 음악적 훈련의 결과라기보다,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작동하는 리듬 처리 메커니즘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눈 깜빡임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미세한 행동이지만, 이번 연구는 이런 비자발적 움직임 역시 외부 리듬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인간의 시간 인지와 감각-운동 연결이 의식적인 행동에 국한되지 않으며, 무의식적 수준에서도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데일리 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