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5개 점포 추가 영업 중단…"임대료·납품 협의 불발"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지난달 5개 점포에 이어 내달 5개 점포에 대해 추가적인 영업 중단에 나선다. 당초 정치권과 노조 등의 요청으로 폐점을 보류했으나, 회사가 생존을 위해 내걸었던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데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5개 점포에 이어 내달 5개 점포에 대해 추가적인 영업 중단에 나선다. (사진=이데일리DB)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내달 계산·시흥·안산고잔·천안신방·동촌점 등 5개 지점에 대해 영업을 중단한다. 앞서 홈플러스는 12월 말 가양, 장림, 일산, 원천, 울산북구점 등 5개 지점에 대해 영업 중단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지난 8월 홈플러스가 ‘긴급 생존 경영’을 선포하며 계획했던 15개 점포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초 15개 점포를 정리하려 했으나, 9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포함된 ‘사태 대응 TF’가 꾸려지면서 폐점 보류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홈플러스 측은 폐점을 보류하는 대신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회생 절차 개시 이후 급격히 줄어든 납품 물량을 정상화해 줄 것과, 물건을 받기 위해 보증금을 먼저 줘야 하는 등 강화된 거래 조건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납품 중단과 현금 흐름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해달라는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조건들이 완화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15개 점포 중 12월과 1월에 걸쳐 총 10개 점포에 대한 영업 중단을 확정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문을 닫는 점포들이 모두 임대 점포라는 점도 영업 중단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해당 점포들은 코로나19 이전, 대형마트 호황기 시절 맺은 계약들로 임대료가 상당히 높게 책정되어 있다.

사측은 건물주들과 임대료 조정을 위한 협상을 지속해왔으나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회생 절차 중인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료 협의를 시도했으나 결렬된 곳들이 불가피하게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다만 홈플러스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폐점’이 아닌 ‘영업 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대형마트 매장은 문을 닫더라도 건물 내 입점해 있는 몰(Mall) 점주들의 영업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관계자는 “마트 직영 매장은 운영을 멈추지만, 입점 점주들이 원할 경우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구조 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지난 3월 선제적 기업회생 신청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회생계획안에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리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부실 점포 정리를 통해 몸집을 줄여 인수자를 다시 찾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은 제출된 회생계획안을 검토한 뒤 관계인집회 등 채권단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에게 회생계획안의 현실성을 설득해 청산을 피해야 하는 만큼, 홈플러스는 이번 영업 중단 조치를 포함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