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주민당, 청류파는 야당인 민국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 명재이 대통령이다.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이었다.
건안 30년(2025년) 12월 30일, 낙양의 북풍은 매서웠다. 용산의 성벽을 뒤로하고 다시 청와대의 옛 궁궐로 돌아온 맹덕 조조는 정전의 높은 의자에 앉아 아래를 굽어보았다. 좌우로는 탁류파의 신료들이 숨을 죽인 채 서 있었다. 청류파의 수장 손권이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맹덕의 눈에는 여전히 조정의 기강이 흐트러진 것으로 보였다.
맹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장내를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에 보니 공공기관이라는 곳들의 기강이 참으로 가관이더구나. 내가 직접 업무보고라는 이름의 시험을 쳐 보니, 저 기관이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드는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
맹덕의 뇌리에는 며칠 전의 광경이 스쳐 지나갔다. 인천의 관문을 지키는 관리가 외환이 밀반출되는 것조차 "그것은 내 소관이 아니오"라며 구구절절 변명만 늘어놓던 모습이었다.
맹덕은 그때 그를 향해 차갑게 쏘아붙였다.
"자꾸 옆으로 새지 말고 묻는 말에나 답하라. 취임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는데 제 업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행정은 정치 논쟁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또한 맹덕은 철도 차량을 만든다며 백성들의 고혈인 선급금만 챙기고 건물을 올린 다원시스의 행태를 떠올렸다. 그것은 대규모 사기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맹덕은 탁류파의 신료들을 향해 다시 경고했다.
"자기가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고, 시간이나 때우며 자리가 주는 혜택만 누리는 자들이 가끔 보이더구나. 그런 얼 빠진 행동을 내 눈앞에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맹덕은 죽간 대신 전자 문서를 두드리며 기획재정부의 장수들에게 엄명을 내렸다. 공공기관의 통폐합과 신설을 포함한 개혁의 기본 계획을 당장 가져오라는 지시였다. 통상 1년마다 하던 평가를 6개월 뒤에 다시 하겠다며, 맹덕은 사실상의 군령을 내린 것이다.
"내가 천하를 배신할지언정 천하가 나를 배신하게 하지는 않겠다고 했거늘, 공직자들이 주인을 속이고 태만히 하는 꼴은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 6개월 후, 그때도 지금과 같다면 너희의 목이 아니라 그 자리를 보존치 못할 줄 알아라."
이때 맹덕의 책사 범용김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전주라는 지방의 영지로 옮겨간 보물 창고, 즉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계책을 내놓았다. 전주로 옮겨간 지 10년이 지났으나, 관리들은 주말마다 한양으로 도망가기 바쁘고 지역의 상권은 여전히 황량하다는 보고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범용김이 나지막이 고했다.
"주공, 강제로 사람을 머물게 하려 하면 마음이 떠나는 법입니다. 대신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린 상인과 운용사들에게 보물의 일부를 더 떼어주는 인센티브라는 미끼를 던지십시오."
맹덕은 무릎을 탁 쳤다.
"훌륭한 아이디어다. 보물을 나누어 줄 때 그 지역에 있는 자들에게 우선권을 준다면, 재물을 쫓는 자들이 어찌 이사를 가지 않겠느냐? 그래야 비로소 지방으로 옮긴 취지가 관철될 것이다."
맹덕은 이 계책을 즉시 실행하여 지역의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라 명했다. 인재를 얻기 위해서라면 형수를 범한 자나 뇌물을 받은 자라도 썼던 조조였으나, 업무 자체를 모르는 무능한 자들에게는 자비가 없었다.
국무회의를 마친 맹덕은 청와대의 뒤뜰을 거닐며 혼자 중얼거렸다.
"세상 사람들이 오늘도 나를 잘못 보겠지만, 상관없다. 나는 여전히 나일 뿐이다. 6개월 뒤, 이 나라의 공직 사회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천하가 지켜볼 것이다. "
맹덕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나자, 청와대의 기와 위로 쌓인 눈들이 바스라지며 떨어졌다. 그것은 개혁이라는 이름의 칼바람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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