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을 자랑해 온 부천고등학교 야구부가 정든 교정을 떠나 김포과학기술고등학교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
학교의 과학고 전환이라는 큰 변화 속에서도 ‘해체’가 아닌 ‘이관·승계’라는 결단을 내리며 학생 선수들의 미래를 지켜낸 선택이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부천고는 과학고 전환에 따라 2026년 1월 9일을 기점으로 기존 야구부 운영을 종료하되 선수와 지도자, 훈련 장비 전반을 김포과학기술고로 이전·승계하기로 했다.
단체 운동부 운영이 제도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과 경기 활동의 연속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는 점에서 교육계 안팎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1985년 창단된 부천고 야구부는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우승, 황금사자기 4강 진출 등 굵직한 성과를 남기며 경기 서부권을 대표하는 고교야구 명문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수많은 프로선수와 지도자를 배출했을 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졸업생들을 길러내며 학교의 자랑으로 존재해 왔다.
과학고 전환이 확정되자 야구부 존폐를 둘러싼 우려도 컸지만 부천고는 학생 선수들의 진로가 단절되지 않도록 김포과학기술고와 협의에 나섰다.
이후 교육지원청과 경기도교육청, 지역 관계자들의 협력을 끌어내며 이전 방안을 현실화했다. 이는 공공 교육기관 간 상생 협력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도 지난 12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이관 안건을 심의하고 김포과학기술고 소속으로 2026년 고교야구 주말리그 참가 자격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팀 이전으로 인한 공백 없이 동계 훈련을 거쳐 새 교명 아래 공식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2학년 주장 김태윤 선수는 “부천고 유니폼은 벗게 됐지만, 이곳에서 배운 팀워크와 도전 정신은 평생 잊지 않겠다”라며 “김포과기고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영찬 부천고 교장은 “학교를 떠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이 학교를 믿고 끝까지 함께해 줬다”라며 “그 신뢰 덕분에 부천고 야구부의 마지막이 더욱 품격 있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부천고 야구부의 이번 선택은 한 학교의 운동부 이전을 넘어, 변화 속에서도 학생의 꿈을 지켜내려는 교육의 책임과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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