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집중됐던 외국인 기술창업의 무게중심이 부산으로 이동할 발판이 마련됐다. 부산시가 법무부 지정 ‘지역 글로벌창업이민센터’ 운영기관으로 최종 선정되면서다. 동남권에서는 처음 있는 사례로, 그동안 서울에 가야만 가능했던 외국인 창업 지원 시스템이 부산 현지에 구축된다.
부산시는 이번 법무부 공모에서 (재)부산기술창업투자원이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글로벌창업이민센터는 국내 창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에게 필수적인 ‘오아시스(OASIS)’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핵심 기관이다. 오아시스는 교육, 멘토링, 인큐베이팅을 통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종합 지원 체계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비자 취득과의 연계성이다.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은 앞으로 창업 소양 교육과 상담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기술창업비자(D-8-4) 취득에 필요한 가점을 부여한다. 까다로운 비자 장벽 때문에 창업을 포기하거나 서울로 떠나야 했던 인재들을 부산에 묶어둘 실질적인 ‘열쇠’를 쥐게 된 셈이다.
그간 해당 센터는 서울에 5곳이 몰려 있어 지역 역차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기조와 부산시의 끈질긴 유치 노력이 맞물리며 이번에 부산과 충북이 추가 지정됐다. 이로써 전국 센터는 서울(5곳), 전북(1곳)을 포함해 총 8곳으로 늘어난다. 부산이 확보한 이번 지위는 외국인 창업 인재가 지역에서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완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시가 거둔 이번 성과는 갑작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시는 그동안 아시아 창업 엑스포를 필두로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아시아 창업도시’ 브랜드를 다져왔다. 지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외국인 인재를 유입시키려 했던 기존 사업들이 이번 선정 과정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과제도 남았다. 센터를 유치하는 것만큼 중요한 요소는 내실 있는 운영이다. 단순히 비자 점수를 따기 위한 거쳐가는 공간이 아니라, 실제 부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유니콘’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외국인 창업자들이 겪는 언어 장벽과 지역 내 협력 네트워크 부족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센터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글로벌창업이민센터는 2026년 상반기 문을 열 예정이다. 장소는 부산유라시아플랫폼으로 낙점됐다. 부산역 광장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외국인들이 모이기 쉬운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이진수 부산시 금융창업정책관은 “이번 지정을 계기로 외국인 창업 인재가 부산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겠다”며 “창업 교육부터 비자 연계, 유관기관 협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해 부산의 글로벌 창업 허브 기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센터 출범 이후 실제 유입 규모와 창업 성과가 가시화될 경우, 부산의 글로벌 창업 도시 전략도 한층 힘을 받을 전망이다. 반대로 실질적 성과 없이 행정 인프라에 머물 경우 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도 불가피하다. 제도 확보 이후 운영의 완성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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