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올해 국내 게임업계는 여러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과제들을 노출하면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교차하는 과도기적 흐름을 보였다.
국내 게임업계에게 가장 반가웠던 소식은 6년간 게임업계를 짓눌러 왔던 게임의 질병코드 등록 논쟁이 해소됐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K-게임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으며 국가데이터처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에서 게임 질병코드를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게임이 질병’이라는 사회적 낙인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개발 환경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와 여당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게임 제작비의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한국 게임 산업이 규제 중심의 내수 환경에서 벗어나 글로벌 표준에 맞는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도 강화됐다. 지난해부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본격적으로 강화되면서 몇몇 게임사에서 아이템 획득 확률을 허위로 고지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올해는 관련 법안이 한층 더 강화돼 게임사가 고의로 확률 정보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은폐해 이용자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법원은 실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액을 책정할 수 있게 됐다.
게임업계의 오랜 논란 거리 중 하나인 게임등급분류 체계 개선을 위한 법 개정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승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은 기존에 게임등급분류를 담당했던 게임관리위원회의 폐지와 게임등급분류를 민간 기관에 이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은 아직 상임위원회 심사도 넘지 않았기 때문에 본회의 의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게임업계의 오랜 숙원 중 하나였던 게임등급분류 체계의 개선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사별 성과를 살펴보면 넥슨과 크래프톤의 NK 체제가 더욱 굳건해진 가운데 전통적으로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했던 3N이 부활의 조짐을 보인 것이 눈에 띈다.
넥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연매출 4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전통적인 흥행 IP인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가 올해 큰 성과를 냈으며 지난 3월 출시한 신작 ‘마비노기 모바일’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올해 최고의 신작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한 '아크 레이더스'가 전 세계 누적 판매량 700만 장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섰다. 올해 ‘더 게임 어워드’에서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게임상’을 수상한 아크 레이더스는 플랫폼 통합 최고 동시접속자 70만명을 기록하는 등 게임성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한 모습이다. 다.
지난해 2조709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크래프톤은 올해에는 연매출 3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며 넥슨과 함께 확고한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대표 IP인 ‘배틀그라운드’에 매출의 대부분이 쏠려 있다는 점은 장기적인 불안 요소로 꼽히지만 올해 스팀으로 출시한 ‘인조이’와 ‘미메시스’ 등의 신작이 100만장 이상 팔리는 등 지속적으로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10월 ‘AI 퍼스트’ 전략을 선언하면서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AI를 기반으로 한 체질 개선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5년 사이 2조4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 없이 손실만 쌓여 가고 있는 점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3N의 한 축이었던 넷마블은 지난해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올해에는 ‘RF 온라인 넥스트’, ‘세븐나이츠 리버스’, ‘뱀피르’ 등 신작을 연이어 흥행시키면서 완벽한 부활을 선언했다. 내년에도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필두로 ‘몬길: 스타 다이브’, ‘솔: 인챈트’ 등 다수의 신작을 준비하고 있어 좋은 실적을 이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엔씨소프트는 지난 11월 출시한 ‘아이온2’로 드라마틱한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던 아이온2는 서비스 초반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며 위기감이 감돌았지만 엔씨소프트의 적극적인 이용자 소통 전략이 통하면서 흥행과 여론 모두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에는 아이온2 하나만 바라봤던 엔씨소프트는 내년 ‘신더시티’, ‘타임 테이커즈’,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호라이즌 스틸 프롱티어스’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을 준비하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엔씨소프트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도 아이온2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한 만큼 지금과 같은 운영 방침을 이어간다면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올해에는 MMORPG와 서브컬처 장르의 신작들이 하반기에 몰리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MMORPG 신작들은 앱마켓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반면 서브컬처 신작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 순위를 기록하지 못하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전 정부까지는 앞에서는 게임 산업 육성을 외치면서도 뒤에서는 규제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새 정부에서는 실질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며 “다만 게임 질병코드 등재 논란의 경우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도 본회의 통과까지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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