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30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수차례 목소리를 높이며 불쾌감을 드러내자, 청문위원들로부터 "대화가 안 된다", "앵무새 답변"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개인정보 유출 책임, 자체조사 은폐 의혹, 노동환경 및 과로사 논란을 둘러싼 핵심 질의마다 방어적·반복적 답변으로 일관했다는 평가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 국회방송 유튜브 갈무리
로저스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지난 17일 청문회에서 동문서답과 오역 논란이 불거진 탓에 국회는 동시통역까지 준비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통역사 대동을 허락받았다"며 개인 통역사 사용을 고집했다.
청문회 개의 직후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동시통역기 착용을 수차례 요구하자, 로저스 대표는 "정상적이지 않다. 이의제기하고 싶다"고 맞섰다. 최 위원장은 직전 청문회에서 'lowest rate'를 '상대적으로 낮다'로 윤색 통역한 사례를 짚으며 "그렇게 통역하면 안 된다"고 공개 질책했고, 결국 로저스 대표는 동시통역기를 착용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과 김유석 부사장, 강한승 전 대표 등 핵심 인사들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으면서 질의가 로저스 대표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김 의장 책임을 묻는 질문마다 로저스 대표는 직접 언급을 피하거나 "저는 한국 대표로서 책임이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개인정보 유출 조사와 관련해 "김 의장은 무엇을 했느냐"는 질의에도 "쿠팡의 자체 조사는 없었다. 정부 지시에 따라 조사했다"며 김 의장 언급을 회피했다. 반면 정부 측은 범정부 TF 차원의 조사 지시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며 양측 설명이 엇갈렸다.
노동환경 질의에서도 공방은 이어졌다. 제주 새벽배송 중 사고로 숨진 고 오승용씨 유족의 사과 요구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했지만, 산업재해 인정과 보상 여부를 묻자 "논의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고 장덕준씨 과로사와 관련해 노동 강도 축소 지시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제시될 때마다 "문서의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함께 출석한 박대준 전 대표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질타를 받았다.
청문위원들이 '예·아니오'식 단답을 요구하자 로저스 대표가 질의를 끊고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도 여러 차례 연출됐다. 영문 사과문에 사용된 'false' 표현을 두고는 "정부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허위 정보가 있다"며 책상을 두드리는 등 격앙된 태도를 보였다.
정일영 의원이 "됐다. 그만하라"고 답변을 중단시키자, 로저스 대표는 "그만합시다(Enough)"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최 위원장은 "답변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며 "왜 한국말의 함의를 모르는 사람을 내세워 이런 장난을 치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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