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는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고환율 쇼크'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환율 부담이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원가 압박으로 이어지며, 그 충격이 금융권과 실물경제, 소비자 물가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는 양상이다.
환율이 1470원 안팎에서 고착되자 금융권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여신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리스크 점검 회의를 잇달아 열고 취약 업종과 계열사별 노출도를 재점검하고 있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외화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고금리·고환율이 동시에 작용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는 신규 취급을 사실상 중단하거나 회수 계획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비은행권 건설업 연체율은 10.26%, 부동산업 연체율은 7.91%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고환율의 여파는 실물경제를 넘어 물가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하며 12월 들어 평균 1470원대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평균 환율을 웃도는 수준이다.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와 수입 상품 비중이 높은 유통업계는 원가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반응이다. 원재료뿐 아니라 포장재와 부자재까지 외화 결제 비중이 높아 환율이 10원만 움직여도 수익성이 직접 흔들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농심은 라면·스낵류 17개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했고, 오뚜기도 라면 16개 제품 가격을 평균 7.5% 올렸다.
편의점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확산되면서 내년에도 먹거리 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 비중이 높은 식품기업일수록 환율 상승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6% 상승해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정부와 외환당국도 고환율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민연금은 총 650억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 계약을 1년 연장하며 시장 안정에 나섰고, 해외 투자 자금의 국내 환류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고환율이 물가와 소비 심리를 동시에 압박하는 상황에서 단기 방어를 넘어 구조적인 외환 수급 불균형 해소와 기업·가계 부담 완화로 정책 대응이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으로 꼽힌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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