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 Y는 채무자 X가 소유하는 A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X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자 Y는 A토지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했고 그 절차에서 Z가 낙찰자로 결정됐다. Z는 매각대금을 지급했고 Y는 자신의 채권액(편의상 1억원이라 하자)을 전액 배당받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Z는 A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반대로 X는 소유권을 상실함) 이것은 임의경매(담보권 실행)의 전형적인 전개 과정이다.
그런데 이처럼 상황이 모두 종료된 이후 X가 위 근저당권에 여러 가지 흠결이 있어 Z는 A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한 경우가 있을까? 즉 임의경매 절차 자체는 법률에 따라 적절하게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Z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까? 더구나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은 담보권 소멸로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민사집행법 제267조를 감안하면 X의 위 주장은 애당초 법률 규정과 충돌하는 억지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X의 주장이 타당한 경우가 있다. 임의경매의 정당성은 실체적으로 유효한 담보권의 존재에 근거하므로, 담보권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면 그에 기초한 경매는 원칙적으로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Y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당시 X가 의사무능력자(중증의 정신질환자처럼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된 사람)였다면 담보권 자체가 무효이므로 그에 따른 임의경매 절차도 무효다.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근저당권을 설정한 이후 X는 Y에게 채무 전액을 변제했다. X는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고 근저당권 등기를 방치했다. Y는 이 기회를 틈타 임의경매를 신청했고 Z가 경락을 받았다. 이 사례에서 X가 채무를 변제함과 동시에 근저당권은 소멸한다. 그럼에도 잔존하는 근저당권 등기는 단지 껍데기일 뿐이다. 껍데기인 근저당권에 근거한 임의경매도 무효다.
여기서 임의경매가 무효라는 것은 Z가 경매절차에서 매각대금을 완납했고 A토지에 대한 소유권등기를 마쳤음에도 A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X는 Z를 상대로 소유권등기의 말소, 토지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Z에게 날벼락 같은 일로 느껴질 수 있다. 다만, Z는 Y에게 배당금 1억원을 부당이득으로 자신에게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는 있다. 대법원(2022년 8월25일 선고 2018다205209 전원합의체 판결)은 민사집행법 제267조의 적용범위를 이상과 같이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적용되는 것은 어떠한 경우일까? 예컨대 채무를 변제받지 못한 Y가 임의경매를 신청하자 비로소 X가 채무를 변제했다. 그런데 이처럼 변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Y는 경매를 계속 진행했고 X는 이를 방치했으며 결국 Z가 낙찰을 받았다. 대법원에 의하면 이러한 경우(즉 경매신청 이후 비로소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적용돼 매수인(Z)이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에 따라 토지 소유권을 상실한 X는 Y에게 배당금을 자신에게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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