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결국 통매각 포기... 알짜 '익스프레스' 떼어내 회생 승부수

강서 홈플러스 전경. 현유진 기자. [뉴스락] 

[뉴스락]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결국 ‘통매각’을 포기하고 알짜 자산인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번 계획안은 핵심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부실 점포 정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들어선 이후 인가 전 M&A를 통한 통매각을 우선적인 해법으로 검토해 왔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물류 인프라 등을 포함한 일괄 매각으로 회생 절차를 조기에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유통업 전반의 불황과 대형마트 수익성 악화가 맞물리면서 인수 후보군의 관심은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논의는 여러 차례 진행됐으나 최종 성사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통매각 전략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통매각이 지연되자 홈플러스는 전략 수정에 나섰다. 회사 전체를 한 번에 넘기는 방식 대신,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사업부를 중심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에 비해 고정비 부담이 낮고, 근거리 소비 확대 흐름과 맞물려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핵심 자산으로 부각됐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가를 약 7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생계획안에는 사업 재편과 함께 구조조정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중심으로 폐점이나 통합을 추진하고, 운영 효율을 높여 고정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장기 근속자를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과 인력 재배치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3000억 원 규모의 DIP 대출 승인도 법원에 요청했다.

DIP 대출은 기업회생 절차 중인 기업에 운영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존 채권보다 우선 변제권이 인정되는 구조다. 하지만, 기존 채권자들의 변제 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어 채권단의 반대 가능성이 높고, 실제 대출에 나설 금융기관을 찾는 것도 여의치는 않은 상황이다.

회생안 추진 과정에서는 채권자들과의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이 변수로 꼽힌다.

홈플러스가 마련한 회생안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채권자 등 관계자들의 동의가 필수적인 만큼, 조율 과정에서의 샅바 싸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은 회생절차 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인 내년 3월까지이며, 상황에 따라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생계획안 제출을 홈플러스 사태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통매각이라는 기존 해법이 작동하지 않자 분리 매각과 구조조정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점에서다.

실제 회생 여부에 대한 윤곽은 절차가 본격화된 이후, 해를 넘긴 뒤에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회생 계획과 관련해 "이번 회생이 MBK와 금융기관의 출구전략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전단채 피해자와 노동자, 입점업체, 협력사, 지역사회를 함께 구제하는 회생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