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AI산업 전망의 그늘…임금체불로 노동자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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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AI산업 전망의 그늘…임금체불로 노동자 고통

이데일리 2025-12-30 13:26: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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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보경 김현재 기자]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던 인공지능(AI) 업계에서 수억원대의 임금체불 사태가 발생했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정부 정책을 등에 업고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한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작업자들에게 전가된 것이다. 정부가 ‘AI 3개 강국 도약’을 내세우는 가운데 산업 전반에 대한 냉정한 검증과 함께 전 분야에 걸친 법·제도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8월부터 작업자들이 프로젝트 정산과 관련해서 임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사진=독자제공)


30일 이데일리 단독 취재에 따르면 AI업체 A사에서 일한 32명은 지난 11월 회사에 용역대금 1억 6785만원을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이 회사는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이들에게 지난 8월부터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피해 금액은 이보다 더 클 전망이다. 현재 단체방에 모인 사람만 300명에 달하고고 150명이 자체적으로 취합한 임금체불 금액이 약 4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데이터 라벨링’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던 업체다. 이는 사람이 데이터를 정리해 AI가 인식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입력하는 작업으로 ‘디지털 시대의 인형 눈알 붙이기’로도 불리는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A사는 최근 매년 100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9월말 현재 10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한 이 업체는 급기야 직원 월급마저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AI 광풍 속 커진 사업…상장 실패하니 ‘빈 껍데기’

A사는 AI 벤처회사 중 유망주로 꼽히던 곳 중 하나다. 지난해까지도 과학기술통신부가 주관하는 사업에 6년 연속 공급기업으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A사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대선캠프 AI산업발전위원회에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했다.

회사가 주목을 받게 된 건 2020년 정부의 AI 육성 기조 덕분이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 라벨링을 공공분야 일자리로 선정하고 일감 확대를 독려했다. 정부 주도로 데이터 구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관련 회사들은 작업자들을 다수 뽑았고, 자연스럽게 회사 규모도 커졌다. 자체적인 기술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투자업계에서도 주목을 받아 350억원 이상의 누적 투자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A사는 데이터 라벨링 이외에 수익구조가 없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이 때문에 코스닥 상장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임금 지급 등에 사용하려 했는데 벽에 가로막힌 것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AI 광풍에 힘입어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A사는 지난 2월 상장추진 철회 후 3월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A사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회사는 상장에 실패하자마자 한 달 월급 줄 돈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그러다 보니 (직원끼리는) 자본금을 까먹은 상태에서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하려 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대한민국, AI로 날다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공과금 밀렸어요”…회사 실패에 취약계층만 ‘고통’

회사의 실패는 고스란히 취약계층에게 돌아갔다. 데이터 라벨링은 이들에게는 생계를 책임지는 주된 일자리였다. 진입 장벽이 낮아 일을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공간에 제약이 적어서다. 지자체에서도 경력 단절 여성이나 퇴직자,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라벨링 전문가 양성과정’을 적극 홍보해 왔다.

피해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해 생활하는 데 지장이 있다고 했다.

400여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한 이모(53)씨는 “코로나 때 사업을 그만둔 후 재취업이 되지 않았고 하루에 12시간씩 데이터라벨링 일을 하면서 버텼다”며 “임금을 받지 못해 공과금도 몇 달째 밀렸다. 고등학생 아들도 가계에 보탬이 되겠다며 자퇴했다”고 토로했다. 1000만원대 임금을 못받은 70대 여성도 “아픈 아들의 병원비에 도움이 되고자 일했는데 지금은 대출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임금체불 피해자가 다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캐나다, 영국, 독일, 미국 등 5개 해외 법인을 보유하는 등 글로벌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베트남 소재의 작업자들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프리랜서인 만큼 작업대금을 받기도 어렵다. 정직원들도 임금 체불 문제로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만큼 프리랜서 정산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투자만 할 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현준 프리랜서권익센터장은 “정부가 AI 산업 육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기업 성장과 기술 개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AI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기준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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