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트후크.
신문지가 나뒹구는 도시에 왔다.
2017년 6월 30일 / 빈트후크 시내 / 트렁크 속 모래 범벅된 살림살이를 다 꺼내 씻고 햇볕에 말린 날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달린 덕에 아직 대낮일 때 빈트후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빈트후크 시내 외곽에 Airbnb 숙소를 잡고 짐을 풀고 걸어서 산책을 나왔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던 신문지를 하나 주웠다. 큰 한 장을 반으로 접고 반 장이 앞뒤로 인쇄된 총 4면의 한 장짜리 신문.
어디 운동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 사진도 있고, 이웃 나라 짐바브웨 대통령 무가베 사진도 있다. (올해 98이라는 숫자가 쓰여있는 걸 보니 곱게 보는 건 아닌 듯) 구석에는 나미비아 여행지가 실린 토막 기사도 있다.
하루에 500㎞~700㎞씩을 모래 먼지 휘날리며 달려왔다. 들판에서 임팔라, 소, 원숭이는 자주 봤어도 사람을 보긴 참 힘들었는데 얇은 신문지 한 장에서 도시와 문명을 느낀다. 사람이 고팠던 병민이와 성욱이는 공 차는 꼬마들 무리에 슬며시 껴서 같이 축구를 한다. 나랑 수영이는 마트에서 괜히 화장품 코너에 가서 립스틱을 찍어 발라보고 웃는다. KFC에서 햄버거와 치킨을 먹었다.
2017년 6월 30일 오전 10:47
시내로 가는 길. 아우스밸리 마트에 갔다. 길게 늘어진 으리으리한 주택가에는 높은 담장 위에 고압 전류선이 쳐져 있는데 큰 꽃나무를 심어 철장을 가리기도 한다. 집마다 대문 안에 개들이 지키고 있다.
저마다 잔뜩 귀를 세우고 대문 틈으로 콧잔등을 비집어 내놓고선 우리 걸음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피아노처럼 우리 걸음이 다음 집으로 옮기면 다음 개가, 우리 걸음이 그다음 집에 닿으면 그다음 개가 짖어댄다.
어떤 집 불도그는 눈을 까뒤집고 침을 튀기면서 분노 조절을 못 하고, 어떤 집은 치와와 네 가족이 바둑알처럼 철장을 좌우로 뛰어다니며 땍땍거린다.
텅 빈 거리에 여행자 넷이 개 짖는 소리를 몰고 다닌다. 이 사나운 길이 피아노 건반처럼 도레미파솔라시도 울린다.
여성경제신문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 madima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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