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의 첫인상을 결정짓던 종이 명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 단순히 연락처를 주고받는 도구를 넘어, 기업의 운영 효율과 브랜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디지털 인프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디지털 명함 서비스 ‘슬라이스(SLICE)’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노믹은 30일, 국내외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 흐름을 분석한 ‘슬라이스 리포트 2025’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개인의 네트워크 관리에 치중됐던 디지털 명함이 어떻게 기업의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고 있는지 구체적인 지표를 통해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디지털 명함을 도입한 후 가장 먼저 체감한 변화는 ‘속도’와 ‘효율’이다. 과거에는 인사 발령이나 직함 변경이 발생할 경우 기존 명함을 전량 폐기하고 새로 인쇄하는 데 수일이 소요됐다. 하지만 디지털 시스템 도입 이후 정보 수정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분 이내로 줄어들었다.
특히 관리자 측면에서 중복 작업이 85%나 감소했다는 데이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명함 제작부터 배포까지의 리드타임은 평균 5일이 단축됐으며, 이는 조직 규모가 클수록 비용 절감 효과로 직결된다. 실제로 도입 기업들은 종이 명함 폐기량을 70%에서 최대 90%까지 줄였으며, 1인당 연간 발주 횟수가 0회를 기록하는 등 고정비 지출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수인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디지털 명함의 '자동 번역' 기능은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슬라이스 도입 기업의 80%가 다국어 명함을 활용 중이며, 상대방의 스마트폰 설정 언어에 맞춰 명함 정보가 즉시 번역되는 기능은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평가다.
브랜딩 전략도 달라졌다. 과거 명함이 이름과 전화번호만 전달했다면, 이제는 기업 소개서, 홍보 영상, 공식 SNS, 최신 보도자료 등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마케팅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명함 하나가 단순한 소모품을 넘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기업의 디지털 자산으로 변모한 셈이다.
디지털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부서는 영업팀과 DX 추진 조직, 글로벌 사업부였다. 기업당 평균 도입 규모는 약 250명 수준으로, 부서 단위의 시범 운영을 거쳐 전사로 확대하는 경향을 보였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롯데렌탈의 경우, 영업 실무진의 약 절반이 현장에서 디지털 명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현장의 디지털 전환은 거창한 기술 도입보다 실무진이 체감할 수 있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며 "진입 장벽이 낮은 디지털 명함이 조직 내 디지털 문화를 안착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디지털 명함이 만능은 아니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예절을 중시하는 업종이나 세대에게는 여전히 종이 명함의 질감이 주는 신뢰가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슬라이스는 DX와 AX를 단순한 기술 채택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정의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중앙 집중형 관리 시스템을 통해 개인 단위의 명함 관리를 기업 단위의 운영 자산으로 격상시킨 점은 분명한 강점이다.
이수민 크리에이터노믹 대표는 "디지털 명함은 기업의 운영 효율성과 브랜드 일관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인프라"라고 강조하며, 향후 비즈니스 서포터로서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명함 한 장의 변화가 기업의 운영 방식을 어디까지 바꿔놓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리포트의 상세 내용은 슬라이스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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