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선영석'조 "외딴섬에 둘만 버려진 듯했지만 더 단단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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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선영석'조 "외딴섬에 둘만 버려진 듯했지만 더 단단해져"

연합뉴스 2025-12-30 11:12: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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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더블 김선영-정영석, 한국 컬링 최초 동계 올림픽 자력 진출

주먹을 불끈 쥔 김선영(왼쪽)과 정영석 주먹을 불끈 쥔 김선영(왼쪽)과 정영석

[촬영 설하은]

(의정부=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우리나라 컬링 믹스더블 최초로 올림픽 본선 무대에 자력으로 진출한 김선영(강릉시청)-정영석(강원도청) 조는 지도자 없이 단둘이 훈련해야 했던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누구보다 단단한 팀으로 거듭났다.

둘의 이름을 합친 '선영석' 조의 김선영은 29일 경기도 의정부컬링장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전담 코치가 없는 상황에 당황하긴 했지만,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둘이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고 회상했다.

지난 8월 대한컬링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는 믹스더블 대표팀을 이끌던 임명섭 감독에 대해 훈련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감독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믹스더블 태극마크를 단 선영석 조는 이달 끝난 올림픽 퀄리피케이션 이벤트(올림픽 최종예선·OQE)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당장 지도자 없이 둘이서만 훈련을 계획하고 이끌어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김선영(왼쪽)과 정영석 김선영(왼쪽)과 정영석

[대한컬링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영석은 "국가대표와 올림픽 도전이라는 게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닌 만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솔직히 억울하기도 하고, 비뚤어지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모든 상황이 안 좋게 보이고, 선영 누나와 둘이 함께 외딴섬에 버려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며 막막하기만 했던 5개월 전 상황을 떠올렸다.

어두운 동굴에 갇혀 있던 선영석 조는 '의지할 건 서로뿐'이라는 생각으로 더욱 똘똘 뭉쳤다.

김선영은 "이 상황을 계기로 더 단단해졌다. 우리 둘이라도 뭉쳐야 했다"며 "훈련할 때도 우리 스스로 더 연구하고 생각하고, 경기가 끝나고도 주체적으로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쳐 보니 OQE에서 그 결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선영(왼쪽)과 정영석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선영(왼쪽)과 정영석

[촬영 설하은]

남녀 4인조 컬링처럼, 믹스더블 역시 두 선수의 성향과 적재적소의 콜 등 호흡과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종목이다.

둘은 훈련이나 경기 중 서로에게 불만이 쌓이면 대회가 끝나기 전에 모두 풀어내기로 약속하고, 자신이 맡은 포지션과 해야 할 역할에 집중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민하려고 했다.

김선영은 '팀킴' 강릉시청, 정영석은 강원도청에 속해 4인조에 전념해왔던 만큼, 믹스더블만의 전략과 게임 플랜을 다듬는 과정도 필요했다.

선영석 조는 다른 믹스더블팀들의 영상을 많이 참고하는 대신 실제 경기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황을 설정해 많은 샷을 던져보는 방식으로 치열하게 훈련하면서 실수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해나가는 독자 색깔을 만들어냈다.

연맹도 뒤늦게나마 캐나다 출신 하워드 라자라 코치를 믹스더블 대표팀 지도자로 선임했고, 선영석 조는 지난달부터 코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정영석은 "막상 투어 대회를 다니다 보니 은근히 둘이서만 다니는 팀들이 많더라. 그리고 OQE에서는 심리, 체력, 의무, 협력관 등 우리를 전담하는 인원만 6명이 붙어서 케어를 많이 해주셨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자 끝까지 따라잡을 수 있는 악착같은 팀이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영석(왼쪽)과 김선영 정영석(왼쪽)과 김선영

[대한컬링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 결과 선영석 조는 지난 19일(한국시간) 캐나다 킬로나에서 열린 OQE에서 최종 2위에 올라 믹스더블 종목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김선영은 2018 평창, 2022 베이징 대회에 팀킴의 일원으로 출전한 데 이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는 믹스더블로 참가하며 한국 컬링 선수 최초로 세 번이나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김선영은 "믹스더블팀은 세계에 무수히 많은데, 결국 우리가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차올랐다"며 "세 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는 이 상황 자체가 감사하다. 세 번째인 만큼 올림픽 참가가 어렵다는 것도 더 잘 알았고, 결국 성공해서 더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정영석은 "자만보다는 자부심이 더 크다"며 "올림픽 목표는 당연히 메달인데,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즐기고 싶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영석(왼쪽)과 김선영 정영석(왼쪽)과 김선영

[대한컬링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2년 강릉시청-강원도청 선수 간 믹스더블 조를 짤 때 '남은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해 팀을 구성했다는 선영석 조는 자기 팀을 '성장 가능성이 더 큰 팀'이라고 정의했다.

믹스더블 훈련에만 매진한 지 다섯 달밖에 되지 않았다.

동네 클럽팀에도 지는 등 '우물 안 개구리'였다던 둘은 짧은 기간 최대한 많은 투어 대회를 뛰면서 빠르게 경험치를 쌓아 올렸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급속 성장했다.

김선영은 정영석에 대해 "워낙 잘하는 선수고, 미래도 창창한 선수인 만큼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꾸준히 나를 잘 이끌어주고, 내가 더 노력할 수 있게 해주는 파트너"라고 치켜세운 뒤 "영석이의 매력도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당부했다.

정영석은 "선영 누나가 팀킴에서 리드, 세컨드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만 봤는데, 믹스더블에서 1, 5번 스톤을 던지는 일종의 '스킵샷'도 생각보다 너무 잘하더라"라며 "확실히 기본기가 탄탄하고, 강심장이다. 어려운 샷에 대부분 성공해준다"며 파트너를 향한 믿음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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