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교정 영역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만남이 보호관찰 청소년들의 정서적 안정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업 '하이(대표 김진우)'와 법무부 고양준법지원센터(소장 김남중)가 지난 10월부터 8주간 진행한 '디지털 기반 심리케어 프로그램'의 실증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실증은 고양준법지원센터 소속 보호관찰 청소년 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하이가 개발한 심리 상태 진단 솔루션 '마음첵'과 인지행동치료(CBT) 기반의 디지털 웰니스 서비스 '마음정원'을 활용해 정기적인 심리 측정과 정서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들의 정서 지표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관찰됐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불안 및 적응 관련 지표의 하락이다. 일부 참가자는 불안 점수가 최대 7점, 적응장애 관련 점수는 최대 9점까지 감소하며 심리적 과부하가 상당 부분 해소된 양상을 보였다.
자아존중감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참여 청소년들의 자아존중감 지표는 평균 2.54점 상승했으며, 개별 사례 중에는 최대 17점까지 지표가 개선된 경우도 확인됐다. 보호관찰 청소년들이 겪는 고질적인 자기 비하나 부정적 자아 인식을 디지털 솔루션이 효과적으로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로그램 운영 기간 중 '마음정원'의 총 이용 횟수는 2,318회, 주간 평균 553회에 달했다. 특히 '나에게 질문하기' 콘텐츠는 2,544회의 참여 기록을 세우며 가장 높은 호응을 얻었다. 대면 상담에 거부감을 느끼기 쉬운 청소년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방식에 거부감 없이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용자 만족도 역시 '마음첵' 4.8점, '마음정원' 4.7점(5점 만점 기준)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프로그램 운영 기간 중 참여자들의 재범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심리적 안정감이 실질적인 행동 교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장의 피드백은 수치보다 더 구체적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슬픔,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을 마주했을 때 이를 회피하거나 돌출 행동으로 표출하는 대신, 현재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접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태도가 형성된 점은 향후 사회 복귀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고양준법지원센터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서 상태를 객관적으로 관리하는 경험을 가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지도·상담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의 보완적 활용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번 실증이 15명이라는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단기간 진행됐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디지털 솔루션이 대면 상담의 깊이를 완벽히 대체하기보다는 '상호 보완재'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이 측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공공 교정 및 정신건강 영역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할 계획이다. 하이 관계자는 "정서적 지원이 절실한 다양한 공공 영역과 협력해 기술 기반의 지원 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고양준법지원센터의 사례는 인력 부족과 예산 한계에 부딪힌 공공 교정 시스템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유의미한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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