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이달 들어 소폭 개선됐으나, 내수 부진과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로 향후 경기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은 자금 사정과 생산 여건이 다소 나아지며 심리가 개선된 반면, 비제조업은 다음 달 경기 전망이 큰 폭으로 악화되며 업종 간 체감 온도 차가 뚜렷했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2025년 12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3.7로 전월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다음 달 전망 CBSI는 89.4로 1.7포인트 하락해 기업들이 중기 경기 흐름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 지수를 합성한 심리지표로, 장기 평균(2003년 1월~2024년 12월)을 100으로 설정한다. 100을 밑돌면 장기 평균보다 기업들이 경기를 비관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제조업 CBSI는 94.4로 전월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다음 달 전망치 역시 93.6으로 1.9포인트 오르며 제조업 전반의 심리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수 상승에는 자금사정(기여도 +0.9포인트)과 생산(+0.4포인트)이 주효했다. 실제로 제조업 자금사정 BSI는 81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했고, 생산 BSI도 82로 2포인트 개선됐다. 매출과 신규 수주 역시 각각 80, 78로 전월 대비 3포인트, 2포인트 상승하며 수요 측면에서도 완만한 회복 조짐을 보였다.
수출 BSI는 85로 5포인트 상승해 환율 여건과 글로벌 수요 회복 기대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내수 판매 BSI는 77로 여전히 장기 평균(87)을 크게 밑돌아 국내 수요 부진이 제조업의 구조적 부담으로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설비투자 실행 BSI는 91로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해 기업들이 투자 확대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비제조업 CBSI는 93.2로 전월 대비 1.4포인트 상승하며 12월 실적 기준으로는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매출(+0.6포인트)과 자금사정(+0.5포인트)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다음 달 전망 CBSI는 86.6으로 전월보다 4.1포인트 급락했다. 업황·매출·채산성·자금사정 등 대부분의 전망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비제조업 전반의 경기 인식이 빠르게 위축된 모습이다.
특히 채산성 전망 BSI는 76으로 전월 대비 5포인트 하락해 비용 부담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업황 전망과 매출 전망도 각각 2포인트, 1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들이 꼽은 주요 경영 애로사항으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내수 부진’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제조업에서는 내수 부진 응답 비중이 25.9%로 전월보다 0.9%포인트 증가했다.
제조업의 경우 환율 부담을 호소하는 기업 비중이 9.3%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늘었으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도 확대됐다. 반면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한 응답 비중은 4.0%포인트 감소해 단기 불확실성 인식은 다소 완화됐다.
비제조업에서는 인력난·인건비 상승이 주요 애로 요인으로 부상했다. 해당 항목 응답 비중은 13.8%로 전월보다 1.5%포인트 증가했다. 자금 부족을 꼽은 기업 비중은 오히려 감소해 금융 여건보다는 비용 구조 문제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기업과 소비자 심리를 종합한 12월 경제심리지수(ESI)는 93.1로 전월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소비 심리 둔화가 기업 심리 개선 효과를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경기의 순환적 흐름을 반영하는 ESI 순환변동치는 94.9로 전월보다 0.7포인트 상승해, 경기 하강 국면이 완만해지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2월에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 심리가 소폭 개선됐지만, 비제조업과 향후 전망을 보면 내수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내수 활성화와 비용 부담 완화 여부가 향후 기업 심리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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