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디지털브리지 인수 합의…AI 인프라 투자 가속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소프트뱅크그룹이 디지털 인프라 투자 회사인 디지털브리지그룹을 현금 약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에 인수한다. 부채를 포함한 총 거래 규모는 40억 달러다. 인공지능(AI) 붐으로 폭증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겨냥한 공격적 투자다.

디지털브리지 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1080억달러 운용 디지털 인프라 전문사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양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소프트뱅크가 뉴욕 증시 상장사인 디지털브리지 발행 주식 전부를 주당 16달러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양사 협상 보도 직전인 지난 4일 종가 대비 65% 프리미엄이다. 거래는 규제 당국 승인을 거쳐 내년 하반기 완료될 예정이다. 디지털브리지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9.6% 급등한 15.26달러에 마감했다.

디지털브리지는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에 특화된 대형 투자사다. 지난 9월 말 기준 운용자산(AUM)은 약 1080억 달러에 달한다.

마크 간지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디지털브리지의 포트폴리오에는 AIMS, 아틀라스엣지, 데이터뱅크, 스위치, 밴티지 데이터센터, 욘더그룹 등 디지털 인프라 운영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번 인수로 소프트뱅크는 디지털브리지의 투자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된다. 또한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려는 다른 투자자들과의 관계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손정의, AI 인프라에 올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AI 붐으로 급증하는 디지털 인프라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M&A)이 잇따랐다.

블랙록은 올해 얼라인드 데이터센터를 400억 달러에 인수했다. 오라클은 오픈AI에 약 4.5기가와트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계약 규모는 최대 3000억 달러에 달한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월 오픈AI, 오라클, 아부다비 MGX와 함께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손 회장은 1000억 달러를 즉시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데이터센터 입지를 둘러싼 의견 차이 등으로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외부 투자자 유치도 난항을 겪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보험사, 연기금, 투자펀드 등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모색했지만, 시장 변동성과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 AI 하드웨어 평가 문제 등으로 협상이 지연됐다.

◇엔비디아 지분 매각해 자금 확보

소프트뱅크는 AI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자산을 재조정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달 초 다른 AI 투자에 자금을 재배분하기 위해 58억 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며 “울었다”고 했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 암홀딩스, 위워크 등 굵직한 투자로 유명하다. 자산운용 분야에서도 2017년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그룹을 30억 달러 이상에 인수했으며, 이 지분은 2024년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 등에 매각됐다.

소프트뱅크는 별도로 디지털브리지가 투자한 데이터센터 운영사 스위치의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위치 소유주들은 부채 포함 약 5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원하고 있다.

(사진=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