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부가 마련한 개정 노동조합법 2조 시행령의 폐기를 촉구하며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하청 노조와 원청 사업주 간 교섭을 가능하게 하려는 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내용이 시행령에 담겼다고 주장하면서다.
이들은 정부·여당이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을 만들어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등을 보호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강제성 있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현대제철, 한화오션, 한국철도공사, 현대차, 쿠팡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2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3층 민원실 안에서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부가 발표한 개정 노조법 2조 시행령의 골자는 하청 노조가 원청 사업주와 교섭할 때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게 한 것이다. 교섭창구단일화는 한 사업장 내 일정한 교섭단위 안에서 과반수 노조 혹은 과반수로 이뤄진 공동교섭단만 교섭권을 갖게 한 제도다. 이때 교섭단위는 당사자의 분리 신청이 있을 경우 현격한 노동조건 차이 등 기준에 따라 노동위원회가 정한다.
노동계는 원·하청 노동자 간 교섭단위 분리가 인용되지 않을 경우 통상 원청 노동자에 비해 조직율이 낮은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이 박탈될 수 있고, 인용되더라도 사측이 법정으로 다툼을 이어가며 교섭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 중이다. 불법적 방식이긴 하나, 사측이 '어용노조'를 만들어 하청 노조 교섭권 박탈을 시도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농성 참가자들은 "원청 교섭에 대해 교섭창구단일화를 적용하게 한 시행령은 20년 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만든 노조법 2조 개정 취지를 무력화한다"며 "교섭창구단일화 자체가 자율 교섭을 가로막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 노조법 취지에 따라 비정규직의 원청 교섭을 지원하는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또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일하는사람권리기본법'에 대해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를 보호한다더니, 좋은 문구를 늘어놓고 강제성 있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별도 법을 만들어 제3지대를 만들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농성 참가자들은 향후 노조법 시행령 폐기가 확인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며 서울노동청 앞에서 매일 저녁 7시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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