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폐기물의 공공성·발생지 처리 원칙에 어긋나"
높아진 비용 주민 전가 우려…"민간 의존, 지속가능 해법 안돼"
[※ 편집자 주 = 2026년 1월 1일부터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을 매립지에 바로 묻지 못하고 소각 또는 재활용 과정을 거친 뒤 남은 물질만 매립할 수 있는 직매립 금지 조처가 시행됩니다. 4년의 준비 기간에도 직매립 중단을 위한 추가 공공 소각장이 한 곳도 지어지지 못했습니다. 결국 '쓰레기 대란'을 피하고자 민간 소각장이 동원되면서 '각 지역 쓰레기는 각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자원은 수도권으로, 쓰레기는 비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역학관계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경과와 영향, 전망을 담은 기사 4편을 송고합니다.]
(서울 인천 수원=연합뉴스) 직매립 금지 시행을 앞두고 폐기물을 처리할 방안을 찾지 못한 수도권 지자체들이 민간 처리업체에 비용을 내고 처리를 맡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당초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각 광역 지자체는 잇달아 민간 처리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준비 중이다.
서울은 25개 자치구 모두 민간에 처리를 위탁할 예정이고, 경기도는 31개 시군 가운데 14곳이 민간 소각시설과의 계약을 위해 입찰을 진행했다. 인천 역시 10개 군·구 가운데 5곳이 위탁 처리 계약에 나섰다.
지자체별로 올해 하루 평균 폐기물 직매립 규모는 서울 583t, 인천 179t, 경기 641t이다. 이 물량을 처리할 다른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는 민간 소각장에 위탁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 방법은 법적으로 정해진 방법 안에서만 해결해야 하는 만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공소각장이 처리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고 직매립 금지 시행이 임박해 민간 업체에 맡기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폐기물 처리의 공공성·발생지 처리 원칙 위배"
이 같은 흐름은 폐기물 처리의 공공성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모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음 서울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장은 "당장 직매립 시행 금지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만큼 민간 소각장을 이용하지 말라고 하기엔 늦었지만, 이 같은 처리 방식이 폐기물 처리의 공공성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모두 어긋난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2018년 '폐비닐 대란'을 언급하며 "공공의 영역에서 책임지고 폐기물을 관리해야만 그때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또 "발생한 곳에서 쓰레기를 자체적으로 처리할 기반을 만들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폐비닐 대란은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고 국내 업체들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수거를 거부하면서 폐비닐 처리가 어려워진 사태로, 폐기물을 왜 공공의 영역에서 처리해야 하는지 보여준 사례다.
발생지 처리 원칙은 폐기물이 발생한 지역에서 처리함으로써 폐기물 이동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지역 간 갈등, 추가적인 환경 오염을 막는 것으로, 정부의 환경 정책 근간을 이뤄왔다.
하지만 수도권 직매립 금지에 따른 미봉책인 민간 소각시설은 대부분 수도권 바깥에 있어 이런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 같은 문제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서울이다. 서울에는 민간 쓰레기 소각시설이 없어 직매립 금지로 인해 민간의 손에 맡겨지는 모든 폐기물이 다른 지역으로 반출되기 때문이다. 일부 자치구는 충남도의 민간 업체와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 높아진 처리 비용, 종량제 봉투값 오르나
민간의 손에 폐기물 처리가 맡겨지면서 높아진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될 우려도 있다. 민간 소각시설의 폐기물 처리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기존의 직매립 비용보다 적어도 30%가량 높다.
경기 한 지자체는 1t당 17만6천원에 민간 업체와 계약했는데, 이는 당초 수도권 매립지에 직매립할 때 들던 비용 11만6천원보다 51%가량 비싸다.
인천의 군·구 중 민간 업체와 계약한 곳들도 1t당 단가를 17만∼18만원대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서 종전까지 전체 생활폐기물 가운데 직매립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서울로, 작년 기준 전체 폐기물의 약 19%가량을 직매립해왔다. 경기는 약 13%, 인천은 약 4%다.
이처럼 늘어난 폐기물 처리 비용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경기 안양시 관계자는 "생활폐기물 처리 단가가 올라가면 종량제 봉투값 인상을 검토할 수 있고, 결국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일단 일반회계에서 사업비를 충당하기로 했으며 봉투 가격 인상 검토를 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민간 업체 의존, 지속 가능한 해법 안돼"
수도권 직매립 금지는 이미 5년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환경부(기후에너지환경부 전신)가 이미 2021년 7월 관련 내용을 담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확정해 공포했고, 이보다 앞선 2020년 말에도 지자체와 환경부의 논의가 이뤄졌다.
직매립 금지는 수도권매립지의 포화 시기를 늦추기 위한 조치다. 소각을 거치면 폐기물의 양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2021년 환경부는 직매립 금지를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로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되는 생활폐기물의 양이 80∼90% 정도 감축돼 매립되는 양은 10∼20%에 불과하게 된다"며 "수도권매립지 포화 시기도 늦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직매립 금지에 대비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과 달리 주민 반발로 공공 폐기물 소각시설 건립이 벽에 부딪혔고, 각 지자체가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시행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각 지자체는 '쓰레기 대란'을 피하기 위한 단기적 방안으로 일단 민간 업체의 손을 빌렸지만, 결국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업체에 의한 폐기물 처리는 추가적인 환경 오염 우려는 물론 업체 사정에 따라 처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가격이 급등하는 등 여러 불안 요소가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경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민간 위탁은 단기적 응급처방일 뿐 장기적으로는 폐기물 처리 비용이 커지고, 시장 변동에 따라 생활 폐기물 처리에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가 공공 소각시설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찬흥 김상연 황재하 정수연 기자)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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