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직매립금지] ① D-2…대란 피했지만 '발생지 처리 원칙'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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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직매립금지] ① D-2…대란 피했지만 '발생지 처리 원칙' 무너져

연합뉴스 2025-12-30 07:30:02 신고

3줄요약

66개 지자체 중 58곳은 준비 완료…8곳은 1월 중 민간 업체와 계약

'지역 쓰레기는 지역이 처리' 원칙 흔들려…충청권 유입될까 '걱정·우려'

'공공소각장' 못 지은 책임 '단기처방'으로 피해…문제 불씨 여전

[※ 편집자 주 = 2026년 1월 1일부터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을 매립지에 바로 묻지 못하고 소각 또는 재활용 과정을 거친 뒤 남은 물질만 매립할 수 있는 직매립 금지 조처가 시행됩니다. 4년의 준비 기간에도 직매립 중단을 위한 추가 공공 소각장이 한 곳도 지어지지 못했습니다. 결국 '쓰레기 대란'을 피하고자 민간 소각장이 동원되면서 '각 지역 쓰레기는 각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자원은 수도권으로, 쓰레기는 비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역학관계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경과와 영향, 전망을 담은 기사 4편을 송고합니다.]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쓰레기 매립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쓰레기 매립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촬영 이재영]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기까지 30일로 이틀밖에 안 남았다.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는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장 벌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다만 급한 불을 끄고자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을 크게 흔들면서 추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남았다.

◇ 4년 시간 줘도 확충 못 한 공공 소각장…결국 민간 의존

기자회견하는 박강수 마포구청장 기자회견하는 박강수 마포구청장

지난 6월 9일 서울 마포구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협약 개정 철회 및 소각장 추가설치 반대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바로 매립지에 묻는 것을 금지하고 소각하거나 파봉해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을 골라낸 뒤 그 과정에서 나온 소각재 등 잔재물과 협잡물만 묻게 하는 제도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매년 수도권에서 종량제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생활폐기물은 370만t 정도이고 이 가운데 50만t 정도가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직매립돼왔다. 당장 이틀 뒤부터 생활폐기물 7분의 1 정도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수도권에서는 2026년, 나머지 지역에서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기로 지난 2021년 결정됐다. 문제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난 4년간 필요한 시설을 확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 27건의 공공 소각 시설 확충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일러야 2027년 완료된다.

현재 수도권엔 32개 공공 소각 시설이 있다. 작년 서울 마포구가 조사한 결과 서울 내 4개 공공 소각 시설(자원회수시설) 가동률은 평균 79.82%로 집계되는 등 수도권 공공 소각 시설 가동률은 65∼85% 정도다. 공공 소각 시설 가동률을 높이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만, 대부분 시설이 낡았고 매년 두 차례 정기 정비를 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가동률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 지자체들 설명이다.

결국 대안으로 선택받은 것은 민간 폐기물 처리 업체다.

기후부에 따르면 수도권 6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4곳은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을 매립할 수 있도록 물량을 할당받지 않았거나 할당받고도 폐기물을 보내지 않았다. 이 14곳을 비롯해 33곳은 민간 폐기물 처리 업체에 추가로 맡길 필요 없이 기존 공공 소각 시설 등을 활용해 생활폐기물 처리가 가능하다.

나머지 33곳 중 25곳은 민간 업체와 계약했거나 연내 완료되며 8곳은 내년 1월 중 계약이 이뤄질 예정이다.

◇ '쓰레기 대란과 처리비 급상승' 당장은 없을 듯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관련 업무협약 체결식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관련 업무협약 체결식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관련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균 서울시 행정1부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 총리, 유정복 인천시장,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2025.12.2 uwg806@yna.co.kr

기후부와 지자체들은 '쓰레기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민간 소각 시설 65곳 가운데 61곳이 가입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에 따르면 전국 민간 소각 시설 여유 처리 용량은 하루 3천351t으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따라 추가로 소각해야 하는 폐기물량(하루 3천213t)을 넘는다.

공공 소각 시설이 부족하면 민간 시설 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앞서 기후부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세부 사항을 정하며 직매립을 허용하는 예외에 '그 밖의 폐기물 처리가 곤란한 경우 등 불가피한 비상 상황 발생이 우려돼 기후부 장관과 관계 시·도지사가 협의해 인정한 폐기물'을 포함했다.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면 기존처럼 수도권매립지에 가져다 묻을 수 있게 해 대란 발생 가능성을 사실상 '0'으로 만든 것이다.

민간 업체에 맡길 경우 폐기물 처리비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일단은 아니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이 지난 10월 서울 4개 지자체와 경기 2개 지자체가 발주한 생활폐기물 처리 용역 공고를 분석한 결과 공고에 따른 폐기물 처리비는 1t당 평균 14만5천534원이다.

수도권매립지 생활폐기물 반입 수수료는 1t당 11만6천855원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하면 민간 업체에 맡겼을 때 폐기물 처리비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을 반입할 때는 수수료 외에 운반비와 폐기물 처분 부담금 등이 추가로 든다.

지자체별로 설정된 수도권매립지 생활폐기물 반입 총량을 넘어서는 물량에는 부과되는 1.2∼2.5배 가산금 등 모든 비용을 고려하면 폐기물을 수도권매립지에 매립하든 민간 업체에 맡겨 처리하든 총비용은 비슷하게 나온다.

민간 소각 업체 측은 "폐기물 1t을 소각하면 25%가 재로 남는데, 이를 처리하는 비용도 업체가 부담한다"면서 소각열로 공장 등에 에너지를 공급해 내는 수입이 주 수익원으로 지자체에서 받는 폐기물 처리비는 '실비'를 정산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 '대란' 피했지만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 붕괴

환경단체 "수도권 폐기물, 대응책 없어 충북에 떠넘겨질 위기" 환경단체 "수도권 폐기물, 대응책 없어 충북에 떠넘겨질 위기"

(서울=연합뉴스) 시민단체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 뒤 내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는 것에 대비해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서울시 등에 촉구하며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는 직매립 금지가 5년 전부터 예고됐음에도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아 충청북도에 생활폐기물이 떠넘겨질 위기에 처했다면서 서울시와 경기도,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이 지역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5.12.15 [서울환경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민간 업체를 통해 쓰레기 대란은 피하게 됐지만,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은 무너졌다.

이 원칙은 '한 지역의 생활폐기물은 해당 지역의 공공(지자체)이 처리해야 한다'는 것으로 현재 폐기물·자원순환 정책 핵심 원칙이다. 폐기물판 '지산지소' 원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역 내 민간 폐기물 소각 시설이 없는 서울은 직매립이 금지되는 쓰레기를 다른 지역 민간 소각 시설에 보내 처리해야 한다. 이에 충북 청주시 등 수도권과 가깝고 민간 소각 시설이 몰린 충청권에선 수도권 생활폐기물이 대거 몰려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매립 금지에 맞춰 수도권 지자체와 새로 계약한 민간 폐기물 처리 업체 중 충청 지역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도권 생활폐기물이 충청권에 넘어갈 가능성은 얼마든 있다.

민간 소각 시설 분포를 지역별로 보면 시설 개수는 수도권이 21곳으로 충청권(15곳)보다 많지만 여유 용량은 충청권(하루 1천103t)이 수도권(하루 1천96t)보다 많다.

특히 올해 생활폐기물을 다른 지자체에 넘겨 처리할 경우 '반입협력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됐으나 공공시설에만 우선 적용되고 민간 시설에는 유예됐다. 수도권 지자체가 다른 지역 민간 업체에 생활폐기물 처리를 맡겨도 추가 부담은 없는 상황이다.

소각 업계에서는 생활폐기물 처리를 '재활용 업체'에 맡긴 지자체가 많은 점에 주목한다.

재활용 업체가 종량제봉투에서 재활용할만한 것을 골라낸 뒤 남은 쓰레기는 '산업폐기물'이 되는데, 현재 산업폐기물은 시멘트 공장들이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다.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재활용 업체를 거쳐 산업폐기물이 되면서 충북과 강원 시멘트 공장에서 소각되는 길이 생긴 것이다. 시멘트 공장에서는 폐기물을 유연탄을 대체하는 보조 연료로 사용한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생활폐기물 이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경기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물과 전기 등 자원이 지금보다 더 수도권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도권 폐기물이 수도권 밖으로 밀려 나오면 '지방'은 수도권에 자원을 주고 대신 쓰레기를 받는 '식민지'냐는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

◇ '시한폭탄' 같은 쓰레기 문제…결국 발생량 줄여야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매립 작업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매립 작업

작년 6월 24일 오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제3매립장에서 폐기물 매립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공 폐기물 처리 시설을 확충하지 못한 책임은 지자체와 중앙정부, '내 집 앞은 안 된다'고 반대해온 주민과 그에 부합한 정치권 등 모두가 나눠서 져야 하지만 일단 쓰레기 대란을 피하면서 겉으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게 됐다.

책임을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전국 민간 소각 시설 허가 용량 대비 가동률은 90%를 넘는다. 폐기물관리법상 일정 조건에서는 가동률을 130%까지 끌어올릴 수 있기에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따른 추가 처리가 가능한 것인데, 가동률을 높일수록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커진다.

비용 문제도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쓰레기 종량제 주민 부담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수집·운반·처리하는 비용 중 종량제 봉투 판매금으로 충당되는 비율은 2023년 기준 27.2%에 그친다.

생활폐기물 배출자가 처리비를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폐기물 처리 업체들이 처리비를 조금이라도 올려받기 시작하면 지자체로선 종량제봉투값 인상 또는 다른 재원의 전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올해 8월 SK에코플랜트가 폐기물 처리 자회사 2곳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은 사모펀드들이 사실상 장악했다. 이에 폐기물 처리를 민간에 의존할수록 처리비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칙에 따라서만 결정될 것이고 이는 공공 처리 시설을 확충하지 못한 지역의 주민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합의를 형성해 공공 폐기물 처리 시설을 만들지 않고 재정을 투입해 외주를 줘서 대란을 피한 경험이 앞으로 공공 폐기물 처리 시설 신증설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쓰레기 문제도 돈이면 해결된다는 경험을 남겼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론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경기도의회가 2023년 내놓은 '수도권매립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에 따른 경기도 대응 전략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것은 궁극적 해결책이자 일부는 단기에도 성과를 낼 수 있다"면서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실질 재활용률을 높이는 구체적인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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