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담이 종전합의에 돌파구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으나 젤렌스키로선 트럼프와 회담을 지속할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연초 트럼프와 첫 회담 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흔들리며 큰 어려움을 겪은 뒤 젤렌스키의 최우선 목표중 하나가 트럼프와 대화가 깨지는 일을 막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28일 회담 뒤 협상에 계속 관여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걸핏하면 협상에서 손을 떼겠다고 위협해 온 그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로선 승리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는 또 앞서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종전 목표 시점으로 거론했던 것과 달리, 평화 합의의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마감시한은 없다. 내 마감시한은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러시아의 최대주의적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젤렌스키를 강박하지 않은 점도 우크라이나로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주 러시아 편을 드는 모습을 보이던 올 상반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만나기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음에도 러시아의 최대주의 요구를 강압하지 않은 점은 두드러진다. 푸틴이 막판에 개입하면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의 기대를 무산시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28일 협상 이후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입장이 잘 조율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유럽 지도자들도 함께 한 회담이 끝난 뒤 젤렌스키는 미국이 다음달 새 협상을 주최할 수 있으며 유럽 지도자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유럽의 연구소 라스무센 글로벌의 해리 네델쿠 선임 연구원은 “그들이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승리”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로선 트럼프에게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인식시키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트럼프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것이 과제다.
대표적인 사안이 러시아가 양보를 요구하는 도네츠크 지역 문제다. 트럼프가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다수가 영토 양보에 반대하고 있다.
젤렌스키가 미국으로 향할 때부터 우크라이나에서는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크게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며 트럼프가 푸틴과 통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려가 더 커졌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28일 회담에서 푸틴의 요구를 젤렌스키에게 압박하지 않았으며 기자들에게 “하루 만에 끝날 수 있는 합의가 아니다. 아주 복잡한 문제”라고 밝혔다.
영토 문제에서 우크라이나는 절충안으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모두 철수하고 비무장지대 설치를 제시하자고 제안해왔다.
젤렌스키는 평화협정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며 투표를 위해 60일 동안 휴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휴전 구상을 거부해 왔으며 도네츠크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포기하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왔다.
28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게 가장 희망적인 진전은 트럼프가 다음 달 미국에서 또 한 번의 대화를 열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이다.
과거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협상은 두 사람이 충돌한 뒤 유럽 지도자들이 ‘수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이번에는 유럽 지도자들이 처음부터 회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젤렌스키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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