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컨트롤타워' 내각의 높아진 위상 반영 분석…1번은 김정은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북한 고위 간부들의 차량 번호판에서 권력 서열을 가늠할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 권력의 1인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7·27 0001' 번호판이 달린 차를 이용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뒤를 잇는 번호의 주인은 누구냐에 관심이 쏠렸다.
연합뉴스가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를 분석한 결과, 박태성 내각총리는 '0002'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0003'을 전용차량의 번호판으로 각각 사용하는 것으로 식별됐다.
행정부를 총괄하는 내각 총리가 입법부의 수장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보다 앞선 번호의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각의 정치적 위상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최고 핵심 권력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호명 순서에서도 최근 박 총리가 가장 먼저 불리고 있는 만큼 그의 공식 권력 서열이 명실상부한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해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이는 김일성·김정일 시대만 해도 노동당이나 군부가 북한 권부 내에서 절대우위였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내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방증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로 권력의 핵심은 노동당에 있다. 정책의 집행은 내각이 하지만,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은 노동당 결정에 따른다. 내각은 당에 종속적인 지위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에는 역점 사업으로 '지방 발전 20×10' 정책을 추진하는 등 민생난 해소에 집중하면서 경제를 총괄하는 내각 총리의 위상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정치와 경제를 분리함으로써 최고지도자에 지워지는 경제적 책임을 덜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군사 분야를 제외하고 박태성이 실무 책임자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내각 총리의) 의전 서열을 우대해주는 것이 주민들과 핵심 간부들에게도 경제 발전과 민생 성과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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